최민호 세종시장이 17일 업무에 복귀했다. ‘2026 국제정원도시박람회’ 추진 조직 구성에 필요한 추가경정예산 14억여 원을 시의회가 전액 삭감하자 벌인 단식농성을 푼 지 엿새 만이다. 해쓱한 모습으로 기자회견에 나선 최 시장은 부족했던 협치 노력에 고개를 숙이면서도 시의회에 대한 아쉬운 심경을 숨기지 않았다. '행정수도 완성과 지역발전을 위한 사업이라는 자신의 진심을 알아주지 않고, 민주당 의원들이 발목을 잡았다는 주장이다.
애초 정원도시박람회는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우세했었다. 대전세종연구원 조사에서 85%,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조사에서 70%의 시민이 찬성했지만, 시의회 20석 중 13석을 민주당이 점한, 여소야대 구도이기 때문이다.
민주당은 추경안 부결 이유로 여유 없는 재정 상황과 함께 의회와 충분한 논의 없이 사업을 밀어붙인 집행부를 탓했다. 또 박람회 계획이 행사를 치를 수 없을 정도로 부실했다고도 했다. 정말 절차에 문제가 있고 계획에 결함이 있다면, 또 시장 치적 쌓기용 사업으로만 판단되면 시의회는 충분히 사업을 중단시킬 수 있고 그 결정은 존중받아야 마땅하다.
그러나 여기에 끼어든 것은 정치 논리다. 한 민주당 시의원은 "박람회가 다음 지방선거를 두 달 앞둔 '시기’만 아니었어도 예산안은 통과됐을 것”이라고 털어놓았다. 박람회가 성공하면 재선에 도전할 최 시장에게 도움이 될 것이라는 민주당의 우려도 수긍할 수 있는 대목이다.
문제는 그 누가 들어도 납득할 수 있도록 양측이 '시기의 문제’를 진지하게 논의했느냐는 점이다. 세종 신도시 면적 기준 52%에 달하는 녹지를 활용해 약간의 수고만 더하면 순천정원박람회 이상의 효과를 거둘 수 있지만, 협치가 실종되면서 멋진 박람회 하나가 주저앉은 것과 다름없다.
최 시장은 2년여 전 취임 때 협치를 내세웠다. 지난 7월 임채성 시의회 의장도 하반기 의장 취임일성으로 협치를 강조했다. 그러나 세종에서 그 협치는 없었다. 시장은 단식을 벌이고 여당 의원은 전원 삭발을 했다. '초짜들의 향연', '야만의 도시 세종'이라는 비아냥이 잇따랐다. 세종에 발 붙이고 사는 시민들이 부끄럼을 감당할 따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