텃밭 지킨 한동훈 "김 여사, 명태균 의혹 설명해야"...'여당 내 야당' 기조 강화

입력
2024.10.17 1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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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외활동도 중단하고 인적쇄신도 필요"
금정서 22%P 승리… 김 여사 리스크 공론화 '주효'
친윤계 "선거 승리, 분열의 문법으로 해석 부적절"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17일 "김건희 여사가 대선 당시 약속한 대로 대외활동을 중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최근 제기되고 있는 정치 브로커 명태균씨 의혹과 관련해 "브로커에 대해 제기된 의혹에 솔직하게 설명드리고, 의혹을 규명하기 위해 필요한 절차가 있다면 적극적으로 협조해야 한다"고 압박했다. 전날 부산 금정구청장과 인천 강화군수 재보궐선거에서 승리한 기세를 타고 '쇄신'을 명분으로 대통령실과 차별화 수위를 높이는 모습이다.

한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현장의 말씀은 '지금 이대로 가면 너네 다 망한다. 나라를 생각해서 기회를 한 번 줄 테니 변화와 쇄신을 하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전날 선거 결과가 나온 직후에도 '쇄신'을 강조했던 한 대표는 이날 공개회의에서 11번이나 '쇄신'을 꺼냈다. 다음 주 초 예정된 윤석열 대통령과 독대 회동에서 '쇄신'에 방점을 찍겠다는 의지를 내비친 셈이다.

한 대표는 '쇄신' 대상으로 김 여사를 겨냥했다. 그는 "김 여사와 관련된 일로 모든 정치 이슈가 덮이는 게 반복되면서 우리 정부의 개혁 추진이 국민 호응을 얻지 못하고 있다"며 "국민들께서 저희에게 마지막 기회를 줬다. 이 기회를 놓쳐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김 여사의 활동 중단, 관련 의혹 규명 협조, 인적쇄신까지 3대 요구를 재차 강조한 것이다.

한 대표의 대통령실을 향한 강한 드라이브는 전날 선거 결과에서 얻은 자신감 때문이다. 특히 텃밭이라고 하지만 야권의 후보 단일화로 불안했던 부산 금정구청장 선거에서 22%포인트 차이로 민주당 후보를 꺾고 승리한 게 결정적이다. 여섯 차례나 부산을 방문해 선거를 진두지휘한 한 대표는 특히 국민의힘 기존 전략과 달리 김 여사 리스크에 대한 적극적 대응에 나섰던 게 주효했다고 판단하고 있다. 서범수 사무총장은 이날 기자들에게 "(선거 승리는) 한동훈의 몫이다. (부산에서) 기존 우리 당의 주장을 되풀이했다면 안 먹혔을 것"이라며 "김 여사 문제 등에 대해 결이 다르게 말한 부분이 먹혔다고 본다"고 말했다.

한 대표 입지가 강화되면서 당 내부에서는 '여당 내 야당' 기조가 강화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특히 독대 회동 등 계기로 김 여사 리스크 등 여권에서 꺼려 온 문제에 보다 적극적으로 나설 가능성이 크다. 실제 한 대표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독대에서 김 여사 대외활동 중단 등을 요청할 것이냐'는 질문에 "중요한 문제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한 대표 측근인 신지호 전략기획부총장은 이날 SBS라디오에서 "한 대표가 '여당 내 야당' 노선을 공개적으로 명확하고 선명하게 표방을 했다"며 "일시적으로 선거에 이기기 위해서 그렇게 한 것은 아니다"라고 했다.

하지만 한 대표의 장악력이 강해질수록 친윤석열(친윤)계의 견제도 거세질 전망이다. 친윤계 중진인 권영세 의원은 이날 한국일보와의 통화에서 "여당이 보여야 할 모습과 야당이 보여야 할 모습은 분명히 다르다"며 "여당의 지도자는 야당처럼 말만 하는 게 아니라, 정부와 손발을 맞춰서 실제로 일을 만들어내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윤석열 정부에서 국정기획비서관을 지낸 강명구 의원도 "선거 결과를 그렇게 분열적으로 해석하는 건 여의도 문법"이라며 "금정과 강화에서 우리 지지자들이 똘똘 뭉쳐 결집했는데, 그렇게 해석하는 건 그분들에 대한 예의가 아니라고 본다"고 지적했다. 시민사회수석 출신 강승규 의원은 페이스북에 "선거의 결과를 '용산과의 지렛대에서 무게추를 옮겨왔다'고 해석하면 안 된다"며 "이른바 영부인 문제가 공중에서 떠다니는 '만들어진 문제'라면, 민생 등 현안과제는 정부여당이 함께 해결해야 할 '실재'"라고 했다.

김도형 기자
김소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