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온 에이스' KIA 네일 "팀이 원하면 선발·구원·마무리 가리지 않고 던지겠다"

입력
2024.10.17 17:05
22면
KS 1차전 '유력 선발' 네일 인터뷰
"턱 부상, 투구에 아무 영향 없어... 몸 상태 최고"
75개 내외 투구 기대 "공에 대한 두려움 없다"
ERA 타이틀은 KIA의 짜임새가 만든 기록
PS 챙겨 보며 "번트·도루 대비책 세우겠다"

프로야구 KIA의 에이스 제임스 네일이 한국시리즈 출격 준비를 마쳤다. 초인 같은 행보다. 그는 8월 24일 경남 창원 NC전에서 타구에 안면을 맞고 그대로 정규시즌을 마감할 만큼 심각한 상황에 놓였었다. 턱관절 고정 수술까지 받아야 했지만 네일은 괴물 같은 회복력으로 주변을 놀라게 하더니 부상 46일 만이었던 이달 9일 상무와, 그로부터 닷새 뒤인 14일 롯데와 연습경기에서 각각 31개의 공을 던졌다. 최고 시속 150㎞를 찍은 투심패스트볼을 비롯해 컷패스트볼, 스위퍼, 체인지업까지 다양한 구종도 점검했다. 한국시리즈 1차전 선발에 청신호를 켠 KIA의 ‘의리남’ 네일을 15일 광주 KIA챔피언스필드에서 만났다.


“지금 몸 상태가 진짜 좋아요.”

네일은 밝은 표정으로 현재 최상의 컨디션임을 강조했다. 오래간만의 실전 투구에 스스로도 만족한 듯했다. 그는 “처음에는 어색함도 느꼈지만, 연습경기에서 보였듯 좋은 공을 던질 수 있는 상태”라며 “첫 2주간 (음식을 씹지 못해) 액체 위주의 식단을 하느라 힘들었을 뿐 턱 부상은 투구에 아무런 영향도 주지 않는다”고 말했다.

현재 몇 개의 공을 던질 수 있는지 궁금했다. 그는 “롯데전을 마친 후 불펜에서 1세트 20개, 2세트 16개의 공을 더 던졌다”며 “(한국시리즈에서는) 일단 75구 내외를 소화할 수 있기를 기대하고 있다”고 전했다. 다만 “좋은 내용으로 75개를 던지면 자신감이 생겨 더 던질 수도 있고, 반대로 힘들게 이 숫자를 채우면 아마 다른 계획을 세워야 할 것 같다”며 “개인적으로는 5·6회까지 책임질 수 있는 피칭을 원한다”고 덧붙였다.

신체적으로는 이상이 없다고 단언했지만, 심리적 위축은 또 다른 문제다. 그는 상무와의 연습경기 첫 이닝 때 투수 보호망을 설치하기도 했다. 네일은 “복귀 초반에는 아무래도 타구에 대한 두려움이 약간 있었다”면서도 “이닝을 치르면서 무서운 느낌이 사라졌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그는 상무전 두 번째 이닝부터 보호망을 치운 채 타자들을 상대했다. 공에 대한 공포심도 사실상 없는 셈이다.

KIA는 한국시리즈를 대비해 14일부터 광주의 한 호텔에서 합숙에 들어갔다. 외국인에게는 생소한 경험일 수도 있다. 네일은 “(메이저리그) 월드시리즈 무대를 밟은 적이 없어서 미국에 합숙 문화가 있는지 잘 모르겠지만, 아마 없을 것”이라며 “팀원들끼리 서로를 보살펴주고 함께 호흡할 수 있는 한국문화가 너무 좋다”고 만족감을 드러냈다. 그중에서도 가장 호흡이 잘 맞는 동료를 꼽아 달라는 질문에는 “한 명을 선택하기 어렵다”고 망설인 뒤 “영어를 잘하는 곽도규가 가장 친한 선수 중 한 명이고, 양현종 나성범 등과도 잘 맞는다. 김도영에게는 나를 좋아해 달라고 계속 압박을 넣는 중”이라며 웃었다.

네일이 고향과 전혀 다른 문화를 존중하고, 동료들과의 정에 매료됐다는 건 시즌 중 그가 보여준 행보에도 묻어 있다. 그는 수술 후 2주 만인 지난달 3일부터 구장에 나와 훈련을 했고, 3일 뒤 키움전에는 깜짝 시구자로도 나섰다. 네일은 “외국인 선수들의 가장 큰 어려움은 외로움과의 싸움”이라며 “구장에서 친구들과 상호작용 하며 에너지를 받는 게 나에게도 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키움전 시구에 대해서도 “병원에 있을 때 팬들로부터 쾌유를 바라는 편지와 메시지를 많이 받고 깊은 감동을 받았다. 어떻게든 이에 보답하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올 시즌 평균자책점 1위(2.53)의 공도 팀 구성원들에게 돌렸다. 그는 “포수들이 잘 받아주고, 야수가 수비를 잘해주고, 코칭 스태프가 교체 타이밍을 잘 잡아줘 얻은 성적”이라며 “그렇기 때문에 이 기록은 KIA가 잘 짜인 팀이라는 걸 보여주는 지표”라고 설명했다. 이어 “특히 (포수) 김태군과 한준수에게 감사의 말을 전하고 싶다. 이들이 타자들의 성향과 특성을 파악한 뒤 적절한 리드를 해줬기 때문에 타이틀을 차지할 수 있었다”고 강조한 뒤 “사실 시즌 중 두 경기 정도를 내가 리드했다가 된통 당한 적이 있다”며 웃었다.

부상만 아니었다면 평균자책점 외에도 다승·최다 탈삼진 타이틀을 노려볼 수 있었지만, 네일은 전혀 아쉬운 기색을 내비치지 않았다. 그는 “(다치지 않았다 해도) 삼진을 잡고 싶다고 다 잡을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승리 역시 내가 컨트롤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니다”라며 “원태인(삼성) 카일 하트(NC) 등 훌륭한 선수들과 경쟁을 했다는 것만으로도 영광”이라고 몸을 낮췄다.

한국시리즈를 코앞에 둔 상황인 만큼 과거 기록에 연연할 여유가 없기도 하다. 현재는 상대 팀 분석과 대비책 마련에 집중해야 할 시기라는 걸 누구보다 네일 스스로가 잘 알고 있다. 그는 "포스트시즌 경기는 웬만하면 다 챙겨봤다. 번트와 도루를 많이 시도한다는 느낌을 받았다"며 "이 때문에 (상대 작전에 대한) 준비를 철저히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전했다.

최대 7차전까지 치러야 하는 한국시리즈 특성상 여러 차례 마운드에 오를 수 있다는 것도 잘 이해하고 있다. 그는 “긴 시즌을 치렀기 때문에 크고 작은 부상을 달고 뛰는 선수들이 많다. 시리즈 중 무슨 일이 일어나도 나는 언제든지 마운드에 오를 준비가 돼 있다”며 “팀이 구원이나 마무리를 요청해도 당연히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각오를 다졌다.

마지막으로 한국시리즈 상대로 삼성과 LG 중 어떤 팀을 더 선호하는지 물었다. 그는 크게 웃은 뒤 “어떤 팀이 올라오든 신체적, 정신적으로 잘 무장해서 좋은 경기를 치르겠다”는 말로 대답을 갈음했다.

광주 = 박주희 기자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 Copyright © Hankookilb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