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동안 이태원 분향소 네 번 이전... 이곳저곳 떠도는 추모 공간

입력
2024.10.18 10:00
이태원 분향소 내달 초 부림빌딩서 나와야
세월호·아리셀 참사도 추모 공간 갈등 지속
"생명안전법 등 국가 지원 근거 마련 필요"

녹사평역(2022년 10월)→서울시청 광장(2023년 2월)→부림빌딩(2024년 6월)→?

처음에 서울 용산구 녹사평역에 만들어졌다가 서울시청으로 이전한 뒤 중구 부림빌딩으로 옮겨간 10·29 이태원 참사 추모 공간 '별들의 집'이 또 이전 준비에 들어갔다. 부림빌딩은 원래 리모델링을 앞둔 임시 공간이었던 탓에 내달 2일을 끝으로 새 공간을 찾아야 한다.

사회적 참사를 기리고 진상을 규명하기 위한 추모 공간이 이곳저곳을 떠도는 신세다. 2주기를 앞두고 네 번째 이전을 앞둔 이태원 참사는 물론 10년 전 세월호 참사와 올해 6월 아리셀 참사 추모 공간을 둘러싼 갈등도 현재진행형이다.

변상금 등 분향소 둘러싼 갈등 지속

이태원 유족들은 사고 현장 인근 녹사평역에 있던 분향소를 참사 100일째인 지난해 2월, 서울광장으로 이전했다. 녹사평역 분향소를 찾아 폭언을 쏟아내는 유튜버들을 피하고, 서울의 상징적 광장에서 추모객을 맞이하기 위해서였다. 진상 규명의 필요성을 알리는 길거리 투쟁을 위해 유동 인구가 많은 곳이 낫겠다는 판단도 했다.

그러나 서울시가 분향소를 불법 건축물로 규정하며 갈등이 불거졌다. 서울광장 분향소 설치일(2023년 2월 4일)부터 부림빌딩 이전일(올해 6월 16일)까지 시가 부과한 무단점유 변상금만 하루에 43만 원씩 약 2억 원에 달한다. 유족 측은 지난해 10월 1주기 추모제 개최에 앞서 시의 사용승인을 받기 위해 변상금과 납부 지연에 따른 가산금 일부를 냈고, 잔여 금액에 대해선 분납 계획서를 제출하는 등 시와 협의하고 있다. 부림빌딩에서 옮겨갈 새 추모공간 장소에 대해서도 시와 논의 중이다. 대략적인 얼개가 나왔지만 지역민 반대 등이 있을 수 있어 보안을 유지한 채 소통을 이어가고 있다.

추모 공간 지원 현행법에 없어

추모 공간으로 몸살을 앓는 건 이태원 참사만의 일은 아니다. 세월호 유족들은 2021년 11월 광화문광장에서 서울시의회로 장소를 옮겨 '세월호 임시 기억공간'을 설치했다. 그러나 존치 기간 만료 시점인 2022년 6월 이후부터는 불법 점유에 해당해 서울시의회와 장소 및 변상금 납부 등을 협의하고 있다. 경기도청 1층에 있던 아리셀 참사 분향소도 최근 비용 등 문제로 지하로 축소 이전됐다.

이 같은 갈등이 지속되는 건 현행법에 사회적 참사와 관련한 추모 공간 지원을 의무화한 근거가 없기 때문이다. 재난안전법에 따라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된 지역에 대해 합동분향소 설치 등 추모 사업 비용을 국고로 지원할 수 있지만 법적 구속력이 없다. 지금까지 행정안전부가 추모 공간 설치를 직접 지원한 사례도 없다. 세월호나 이태원 참사의 경우 특별법에 근거를 적시했지만 어느 지역에 설치할 지에 대해선 지자체와 추가 논의가 필요하다. 반복되는 소모적 갈등을 최소화하기 위해 추모 공간 설치 지원에 대한 내용을 담은 생명안전기본법 제정 등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전 세월호 특별조사위원회 피해자지원과장이었던 오지원 변호사는 "추모 공간은 안타까운 죽음이 반복되지 않도록 우리 사회가 기억한다는 의미를 갖는다"며 "일반법에 국가가 지원할 수 있는 근거가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전유진 기자
강예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