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만 부 이상이 팔린 동명의 베스트셀러 소설 '대도시의 사랑법'을 각색한 드라마와 영화가 동 시기에 대중을 만난다. 지난 1일 영화 '대도시의 사랑법'이 먼저 관객들을 만났고 뒤이어 드라마 동명의 작품이 21일 공개된다. 영화가 '다양한 형태의 청춘'을 주목했다면 드라마는 '성소수자인 고영의 사랑'에 초점을 맞췄다. 각기 다른 감독들의 연출 차별화도 눈여겨 볼 포인트다.
영화 '대도시의 사랑법'은 눈치 보는 법이 없는 자유로운 영혼의 재희(김고은)와 세상과 거리두는 법에 익숙한 흥수(노상현)가 동거동락하며 펼치는 그들만의 사랑법을 담은 영화다. '미씽' '탐정'을 연출한 이언희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영화의 전체적인 톤은 유쾌하고 통통 튄다. 극을 이끄는 두 주인공 재희와 흥수는 극과 극의 사랑법을 말한다. 직진하는 사랑을 추구하는 재희는 자신의 감정에 솔직하고, 사랑에 대해 망설임 없이 적극적이다. 반면 흥수는 이끌리는 상대에게 벽을 치고, 지레 겁부터 먹는 소극적인 인물이다. 이는 자신의 성적 취향을 부정하는 엄마 때문에 생긴 방어기제다.
가장 크게 부각되는 차별점은 재희다. 영화가 원작의 일부 에피소드인 '재희' 편을 각색했기 때문에 재희 캐릭터가 흥수의 분량만큼 확대됐다. 영화에서 재희와 흥수가 함께 동거하게 된 배경 등은 드라마에서 미애와 고영으로 치환됐을 뿐 같은 스토리라인이다. 영화 속 재희에 대한 서사가 확장되면서 관객들은 재희도 주인공으로 여기게 된다. 영화를 집필한 김나들 각본가는 "재희의 당당한 모습 이면에 외로움과 두려움이 함께 공존해야만 살아있는 캐릭터가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현실적인 이야기이기 때문에 원작에 살을 붙여가면서 작업했다"라고 설명했다.
영화는 드라마보다 캐릭터들의 '정체성 찾기'에 더욱 집중한다. 인물들이 직접 격렬한 감정을 설명하는 장면이 많기 때문에 보는 이들로 하여금 쉽게 이입할 수 있다. 영화는 처음부터 끝까지 두 주인공의 성장에 방점을 찍었기 때문에 재희가 결혼으로 방황의 마침표를 찍었고, 흥수가 스스로를 마주하며 방어벽을 무너뜨리는 것으로 끝난다. 퀴어영화이지만 성장물에 가깝다.
원작 작가가 직접 집필한 드라마는 작가 고영(남윤수)이 다양한 만남을 통해 삶과 사랑을 배워가는 청춘의 로맨스를 다뤘다. 에피소드별로 연출을 달리해 허진호 홍지영 손태겸 김세인 감독이 2화씩 4개의 에피소드를 맡았다. 영화와 달리 드라마에서는 고영이 겪는 사랑과 아픔, 이별의 상처, 그리고 엄마에 대한 복합적인 마음 등이 길게 서술된다. 분류하자면 멜로극이다.
박 작가에 따르면 드라마는 오롯이 원작의 색채와 밀도를 담아내는 것에 집중했다. 공개 전 퀴어드라마라는 이미지가 강렬한 탓에 일부 보수단체로부터 강도 높은 비판을 받기도 했다. 이에 박 작가는 "얼마나 우리 작품을 널리 알려주시려고 그러는 걸까. 완전 '럭키비키'다"라면서도 "좋은 작품은 논란을 불러일으키기 마련이다"라고 응수했다.
영화와 드라마가 공통적으로 말하는 지점은 주인공의 성장이다. 자신의 성정체성을 숨기고 세상과 거리두는 법에 익숙했던 흥수가 자유로운 영혼의 재희를 만나면서, 자신다운 삶을 살아갈 용기를 얻는다. 고영 역시 여러 연인들을 만나면서 성장하고 몰랐던 자신까지 마주하면서 성숙한 어른이 된다. 물론 러닝타임 118분의 영화와 50분씩 총 8부작으로 구성된 드라마가 같을 순 없다. 두 작품 모두 개성 넘치는 주역들과 고유의 재미로 무장했다. 영화를 재밌게 본 관객이라면 티빙에서 공개되는 동명의 작품 역시 즐겁게 시청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