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회를 특정 성별로 구성하지 않도록 한 자본시장법을 위반하면서 '남초 이사회'를 유지한 금융·보험기업이 16곳에 달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를 관리·감독해야 할 금융 당국은 처벌 조항이 없다는 이유로 손을 놓고 있어 유리천장 해결에 소극적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17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김남근 더불어민주당 의원에 따르면, 이사회에 여성을 포함시키지 않아 자본시장법을 위반한 금융·보험기업은 16곳으로 집계됐다. 자본시장법은 ①자본총액 2조 원 이상의 ②주권상장법인의 경우, 이사회를 특정 성별로만 구성하지 않도록(여성 이사 할당제) 보장하고 있다. 두 조건을 모두 충족한 금융·보험기업은 총 40곳으로, 기업 10곳 중 4곳은 법을 위반한 셈이다. 이 중 여성으로만 구성된 이사회를 둔 기업은 한 곳도 없었다.
적지 않은 금융· 보험 기업들이 위법을 방치하고 있는 이유는 '강제력 부족' 때문이다. 여성 이사 할당제 관리·감독하는 책임이 있는 금융감독원은 처벌 조항 부재를 이유로 아무런 조치를 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4년 전 여성 이사 할당제 도입 당시 국회에서 실효성 있는 처벌 조항 마련까지 논의가 나아가지 못한 탓이 크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금융·보험업계 내 남초 문화가 개선되지 않고 있다. 여성 이사 할당제 의무가 있는 상장사를 제외하고도 자산총액 2조 원 이상의 금융·보험기업 중 여성 이사가 전무한 곳은 28곳에 달한다. 금감원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다. 4급 이상 조사역은 2배, 1~2급 조사역은 15배 남성이 더 많다. 지난 6년간 금감원에서 남성이 승진한 비율 역시 국·실장급에선 93%(172명), 팀장·부국장급에선 85%(269명)다. 민간을 넘어 공공에까지 성평등에 대한 안일한 인식이 드러나는 대목이다.
김 의원은 "기업의 유리천장 완화를 위해 2020년 자본시장법이 개정됐음에도 남성만으로 이사회를 구성하는 것은 분명한 위법행위"라며 "금감원은 금융권의 관리감독 총책임자로서 법 개정 취지에 맞게 고위직 구성에 있어서 성별이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도록 관심을 기울여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