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오늘 투표 날이에요?"... 서울 교육감 투표소 '텅텅' '썰렁'

입력
2024.10.16 1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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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전투표율 저조… 본투표도 중장년층 위주
다수 시민 "교육감 선거 나와 직접 관계 없어"
"교육정책 아이들 삶과 직결, 관심도 높여야"

"오늘 투표 날인 줄 몰랐어요. 별로 관심이 없어서 알았더라도 (투표) 안 했을 것 같아요."

16일 오전 서울 강남역 인근에서 만난 대학생 하모(23)씨는 이날 치러지는 서울교육감 보궐선거에 투표를 했는지 묻자 고개를 저었다. 투표 종료 시간인 오후 8시까지 아직 여유가 많지만 그는 투표할 생각이 없다고 했다. "선거 홍보가 다른 주요 선거에 비해 잘 이뤄지지 않은 것 같다"며 "주목도가 적으니 관심도 줄어들어 투표를 해도 의미가 없을 것 같다"는 이유에서다.

서울 교육 정책의 방향을 결정하고 연간 11조 원에 달하는 교육 예산을 집행하는 서울교육청의 수장을 뽑는 날이지만 투표소 곳곳이 한산했다. 11, 12일 진행된 사전투표율은 8.28%로 2014년 사전투표제 도입 이래 가장 낮았고, 본투표 날에도 유권자 발길은 뜸했다.

투표 인원 30분간 14명

이날 오전 9시 50분 서초구 보궐선거 투표소인 방배1동 주민센터는 한산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 관계자와 투표 참관자 등 10명이 있었고, 시민 1, 2명이 이따금씩 오는 수준이었다. 오전 10시가 지나자 시민들의 발걸음이 조금 늘었지만 투표 인원은 30분 동안 14명에 그쳤다. 한 투표관리원은 "오전 9시 30분 기준 등록인원 3,284명 중 120명이 투표(투표율 약 3.7%)했다"며 "투표율이 훨씬 더 낮을 것으로 예상해서 이 정도면 그래도 무난한 편"이라고 귀띔했다.

다른 투표소도 사정은 비슷했다. 초등학교 안에 차려진 서초구 방배1동의 한 투표소도 아이 등원을 돕는 학부모들만 오갈 뿐 인파에 큰 차이가 없었다. 투표를 하러 온 시민 대부분 중장년층으로, 오전 10시 30분부터 30분 동안 20명가량에 불과했다. 투표소 인근 구청 트럭이 확성기를 통해 투표를 독려하는 모습도 보였다. 강남구 역삼동의 투표소 관계자는 "생각보다 너무 안 오셨다"며 "연세 드신 분들만 조금 오는 편"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투표율이 저조한 근본적인 이유는 ①공휴일이 아닌 평일에 치러지는 데다 ②교육감만 단독으로 뽑는 보궐선거이기 때문이다. 교육감 직선제 도입 이후 첫 선거였던 2008년 서울교육감 단독 선거 투표율도 15.4%에 불과했다. 이후 지방선거와 함께 치러진 교육감 선거 투표율은 50%대를 보였다.

교사와 학부모 등 이해관계가 있다고 느끼는 유권자만 참여하는 것도 교육감 선거의 근본적인 한계다. 대학생 박동준(23)씨는 "교육감 선거 공약들은 적용 대상이 초중고 학생 위주이고 대학 입시를 끝내면 교육에는 관심이 없어지기 마련"이라며 "대학생들은 '투표해도 내 생활에서 달라지는 게 있을까'라는 의문을 가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교육, 상관없어 보여도 전 생애 영향 주는 분야"

미흡한 선거홍보도 낮은 투표율에 영향을 줬을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관악구의 한 빌라에는 선거공보물이 세대별 현관문 앞이나 우편함이 아닌 각 층 복도에 무더기로 쌓여 방치돼 있었다. 관악구 선관위 관계자는 "선거공보물 발송 원칙은 호수별 우편함에 배송하는 것"이라며 "배송 업무는 우체국 관할이지만 저희가 대신 사죄드리겠다"고 고개를 숙였다.

투표소 찾기도 어려웠다. 대선이나 국회의원 선거의 경우, 포털사이트에 '투표소'를 검색하면 포털사이트 내에서 쉽게 찾을 수 있는 반면, 이번 교육감 선거는 직접 중앙선관위 홈페이지에 들어가 몇 번의 클릭을 거쳐야 했다. 직장인 김근이(33)씨는 "포털사이트에 투표소를 검색했는데 한 번에 나오지 않아 선거공보물에서 봤던 투표소 한 곳을 기억해 찾아왔다"고 토로했다.

초중등 교육 정책이 우리 삶과 무관한 게 아니라 실은 전 생애에 걸쳐 적잖은 영향을 준다는 점을 부각해 관심도를 높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박주호 한양대 교육학 교수는 "교육과 정치를 결부시켜 생각하다 보니 교육의 본질적 목적에 관심이 없어지고 있다"며 "국가 미래나 우리 자녀들의 인성 형성을 위해선 교육 정책이 바람직하게 정해져야 한다는 인식이 확산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오세운 기자
허유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