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비만 인구는 십여 년 전부터 지속해서 증가하고 있습니다.
최근 대한비만학회 자료에 따르면 국내 성인의 약 38%가 비만이며, 남성에서는 유병률이 49%에 달합니다. 특히 이십·삼십대 젊은 연령에서 큰 폭으로 증가했는데, 서양식 식단의 확산과 함께 먹방이나 배달음식의 유행, 활동량 감소 등 여러 가지 변화가 원인인 것으로 추정됩니다.
또 1인 가구가 점점 늘어나고 있는데, 다인 가구보다 1인 가구에서 비만이 조금 더 흔하게 나타납니다. 시대적인 변화를 생각하면 국내 비만은 앞으로도 점차 증가하고, 젊은 연령층의 비만도 흔해질 것으로 보입니다.
이처럼 비만은 흔한 문제가 됐지만 아직까지 비만에 대해 병원에서 치료를 받는 사람은 많지 않습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비만이 질환이라기보다는 미용의 문제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또 체중을 빼지 못하는 것은 본인의 의지가 부족해서라는 인식이 흔합니다. 하지만 비만은 건강에 문제를 일으킬 수 있는 질병이며,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전문적인 의학 치료가 필요할 수 있습니다.
비만으로 생길 수 있는 대표적인 문제로는 고혈압, 당뇨병, 이상지질혈증, 대사증후군 등의 대사질환이 있습니다.
비만인 사람은 정상 체중인 사람보다 2형 당뇨 발생 위험이 약 3배 높은데, 특히 이십·삼십대 젊은 연령에서는 6배에 달합니다. 이런 문제들은 특히 뱃살, 즉 내장지방과 연관이 큽니다.
대사질환이 발생하면 심근경색, 뇌경색 등의 심혈관 질환과 사망의 위험이 증가합니다. 또 지방간, 통풍 등도 발생할 수 있습니다. 실제 비만으로 내원한 환자를 검사해보면 기존에는 알지 못했지만 이러한 질환들 중 최소 한 가지 이상을 갖고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대사질환 외에도 관절염, 요통 등의 근골격계 질환, 수면무호흡증 등 호흡기 질환, 성기능 장애나 불임, 그리고 우울증도 비만과 연관성이 큰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또 비만은 암 발생 위험을 높이기도 합니다.
국제암연구소에서는 폐경 후 유방암, 자궁내막암, 대장암 등을 비롯해 13가지의 암이 비만과 관련이 있다고 발표한 바 있습니다.
우리 몸에는 항상성을 유지하려는 경향이 있습니다.
몸무게도 저마다 기준점(set point)이 있어 이 기준점으로 돌아가려고 하는 경향이 있다고 알려져 있으며, 특히 체중이 늘었을 때보다 줄었을 때 기준점으로 회복하려는 경향이 강합니다.
단기간 노력해서 식사량을 줄이면 여러 가지 호르몬 변화 등의 기전으로 식욕이 늘어나고, 기초대사량은 떨어져서 결국 원래의 체중을 회복하게 됩니다. 그렇기에 살을 빼도 이전의 몸무게로 다시 돌아가는 것은 의지의 문제라기보다는 자연스러운 변화라고 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비만을 이겨내기 위해서는 전문적인 식이요법, 운동요법, 인지행동치료, 약물치료, 수술치료 등 여러 가지 전략과 함께 장기적이고 지속적인 관리가 필요하며, 1년 이상 감량한 체중을 꾸준히 유지해 몸무게의 기준점을 떨어뜨려야 합니다.
근본적으로 비만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식단 관리와 운동 등 생활습관의 조절이 필수적입니다. 섬유질이 풍부하고, 균형 잡힌 식단과 함께 과도한 열량 섭취 및 탄수화물 섭취를 피하고, 규칙적인 유산소 운동과 근력 운동을 병행해야 합니다.
비만 예방은 단기간에 끝낼 수 있는 숙제가 아니라 평생 동안 지속해야 하는 것이므로 일정기간 한 가지 식품을 위주로 섭취하는 원 푸드 다이어트(one food diet) 등 건강을 해칠 수 있는 다이어트는 지양해야 합니다.
여러 연구에 따르면 체중 변동이 큰 사람, 즉 큰 요요를 여러 차례 경험한 사람은 비만 위험이 보다 높아집니다. 유행하는 다이어트 방법에 따라 체중계의 숫자만을 목표로 단기간 무리한 감량과 요요를 반복하는 대신, 일상에서 건강한 식단을 지키고 많이 움직이는 것을 습관으로 만들고, 꾸준하게 건강한 생활패턴을 유지하는 것이 좋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