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북제재 헛도는 안보리 대신할 '유엔 밖 감시체제'...한미일 등 11개국 뭉쳤다

입력
2024.10.16 1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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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일·유럽·오세아니아 국가 등 참여
좀 더 촘촘하게 기존 전문가패널 대신

한미일을 중심으로 11개국이 참여하는 대북제재 이행 감시체제가 새롭게 출범했다. 러시아의 거부권 행사로 지난 5월 활동을 종료한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위 산하 전문가패널 역할을 '유엔 밖'에서 대신하게 된다. 상임이사국이면서도 북한의 제재 위반을 모른 체하는 중국과 러시아를 배제하고, 가치공유국끼리 따로 뭉쳐 대북 제재를 공고히 하겠다는 취지도 담겼다.

16일 외교부에 따르면 한국과 미국, 일본 등 11개국은 '다국적제재모니터링팀(MSMT)'을 출범하고 기존 유엔 전문가패널과 동일하게 안보리 대북제재 위반 및 회피 활동을 상시 모니터링한 뒤 그 결과를 담은 보고서를 발간하기로 했다. MSMT에는 한미일 외 프랑스, 영국, 독일, 이탈리아, 네덜란드, 캐나다, 호주, 뉴질랜드가 함께한다.

MSMT의 보고서 발간 횟수와 형식은 기존 전문가패널보다 다양하고 촘촘해질 예정이다. 1년에 두 차례 보고서를 발간해 왔지만, 앞으로는 정례보고서에 더해 특정 이슈와 분야별로 상세 보고서를 수시 발간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발간된 보고서는 대외 공개를 원칙으로 하며, 안보리 공개 브리핑 실시도 추진한다.

외교부는 "핵·미사일 도발, 러시아와의 무기거래, 해킹을 통한 자금 탈취, 해상 불법 환적 등 북한의 안보리 결의 위반 활동이 지속되고 있는 상황에서 대북제재의 충실한 이행에 대한 참여국들의 강력한 의지를 표명하는 것"이라며 "안보리 내 이사국 간 갈등에 따른 역학관계에서 자유롭고 보고 주기에 얽매일 필요가 없다는 게 장점"이라고 설명했다.

참여국 확대도 기대한다. 외교부는 "남반구 국가들을 포함해 대북제재의 충실한 이행 의지를 가진 모든 국가들의 참여가 열려 있다"며 "참여국들과 긴밀히 공조하면서 각국 정부는 물론 유관 국제기구 및 민간정보기관(OSINT) 등 국제사회와 다각적으로 협력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이날 서울 외교부 청사에서는 한미일 외교차관과 8개국 주한대사들이 참여한 MSMT 출범 발표 행사가 열렸다. 커트 캠벨 미 국무부 부장관은 "MSMT 출범은 대단한 성취"라며 "유엔 안보리 전문가패널이 해체됐지만, 북한과 관련된 모든 제재 결의안은 여전히 유효하기 때문에 높은 수준의 공개활동을 재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김경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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