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염원 상급종합병원 생기나... 정부 "진료권역 재설정 추진"

입력
2024.10.15 18:00
그간 서울권으로 묶여 빅5 등과 경쟁
제주도민 원정진료비만 한해 2393억
정부 "지역완결적 의료체계 구축 지원"

제주에 지역 최초로 상급종합병원이 생길 가능성이 커졌다. 정부가 섬과 관광지라는 제주의 특성을 고려해 진료 권역 재설정을 검토하겠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상급종합병원 지정 심사는 권역별로 이뤄지는데, 제주는 지금껏 서울권에 포함돼 빅5 등 대형병원에 밀려 번번이 고배를 마셔 왔다. 이에 따라 제주를 독자 권역화해 도내 상급종합병원 지정 문턱을 낮추고 지역 완결적 의료체계 구축을 지원한다는 것이 정부 복안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15일 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에서 열린 29차 민생토론회에서 "2027년 제주권 상급종합병원이 조속히 지정될 수 있도록 진료 권역 재설정을 적극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은 "정부가 공정하게 의료서비스를 접근할 수 있는 의료개혁을 하고 있지만, 제주는 더 특별하게 제주만의 의료개혁을 추진해 도민이 걱정하지 않도록 적극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상급종합병원은 난도가 높은 중증질환을 전문적으로 진료하는 종합병원으로, 복지부가 3년마다 의료기관의 진료기능, 시설, 장비 등을 고려해 지정한다. 이 같은 지정제는 2011년부터 시작됐는데, 제주 의료기관은 한 번도 상급종합병원에 지정되지 않아 지역 전체가 의료 사각지대에 놓였다는 문제가 제기돼 왔다. 실제로 육지의 병원에서 진료를 받은 제주도민은 2022년 기준 14만1,021명, 이들이 지출한 원정 진료비는 2,393억 원에 달했다.

주무부처인 보건복지부는 진료 권역 재설정을 통해 제주 병원의 상급종합병원 지정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복지부는 전국 상급종합병원을 11개 권역으로 나눠서 관리·선발한다. 독자적인 권역이 되려면 지역 인구 수가 100만 명이 넘어야 하는데, 제주 인구는 약 70만 명이라 그간 서울 권역에 포함돼 있었다. 복지부 관계자는 "상급종합병원 지정 신청을 해도 서울 소재 대형 의료기관과 경쟁해야 하니 제주 병원들은 매번 탈락하는 상황이었다"고 설명했다.

복지부는 제주의 특수한 환경을 고려해 단독 권역으로의 재설정을 적극 검토하고 있다. 정윤순 보건의료정책실장은 "제주는 태풍 등 자연재해가 오면 응급헬기가 뜨지 못해 이동성에 제한이 있고, 매년 1,000만 명 이상의 관광객이 방문하는 등 다른 지역과 구분되는 특징이 있다"고 말했다. 정 실장은 "진료 권역이 재설정될 경우 제주에서도 지역 완결적 의료체계가 구축돼 도민이 양질의 의료서비스를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복지부 관계자는 "권역 재지정은 고시를 통해 가능하다"며 "이미 권역 재설정을 위한 연구용역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복지부는 연말까지 연구용역을 마무리한 뒤 대내외 의견을 취합해 내년 6월에 예비 고시를 하고, 의료기관 설명회를 거쳐 2026년 6월 최종 고시를 한다는 방침이다. 6기 상급종합병원은 2026년 하반기 현장평가를 거쳐 2027년 1월 지정된다.

박지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