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이란의 핵이나 석유 관련 시설이 아닌 군사 시설을 보복 공격 목표로 할 수 있다는 의향을 미국에 전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1일 이란의 탄도미사일 공격에 대한 재보복이 이란과의 전면전으로 비화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미국의 요구를 수용하는 모양새를 취한 것이다. 이스라엘 국내 여론이 변수다. 네타냐후 총리의 집권 기반인 극우 연정 내에서는 핵이나 석유 인프라 공격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여전히 크다.
미국 워싱턴포스트(WP)는 14일(현지시간) 관련 문제에 정통한 두 명의 관계자를 인용, 네타냐후 총리가 9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이란의 군사 시설을 표적으로 삼을 계획이라고 밝혔다고 보도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도 요아브 갈란트 이스라엘 국방부 장관이 최근 로이드 오스틴 미 국방장관과의 대화에서 이란의 핵, 석유 시설을 표적으로 삼지 않을 것을 보장했다고 전했다.
한 관계자는 “이스라엘의 보복 조치가 미국 선거에 대한 정치적 간섭으로 보일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 (보복 수준이) 조정됐다”고 WP에 설명했다.
이스라엘이 이란의 석유 시설을 공격할 경우 유가 급등을 피하기 어렵다. 이는 인플레이션 책임론으로 공격받고 있는 민주당 대선 후보인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에게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 핵 시설을 타깃으로 삼을 경우 '레드 라인'을 넘게 돼 미국의 직접적인 개입이 불가피하다. 모두 다 3주 앞으로 다가온 미국 대선 파급력이 큰 방안들이다.
때문에 네타냐후 총리가 이란 재보복 공격 목표를 군사 시설로 좁히면서 바이든 대통령은 이스라엘 본토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배치 승인으로 화답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네타냐후 총리가 미국과 보조를 맞추는 모양새지만 이스라엘의 최종 선택을 우려하는 목소리는 여전하다. 강경 대응을 요구하는 이스라엘 내 여론이 상당하기 때문이다.
앞선 4월 이스라엘이 이란의 1차 공습 맞대응 차원에서 이란 이스파한 공군 기지를 타격했을 때도 극우 성향인 이타마르 벤그비르 이스라엘 국가안보장관은 '충분하지 않다'고 비판했다. 나프탈리 베넷 전 이스라엘 총리도 "이란의 대리인인 헤즈볼라와 하마스가 둘 다 크게 세력이 약화했고, 이스라엘은 일생일대의 기회를 맞았다"며 핵시설 직접 공격을 주장하고 있다.
버락 오바마 행정부에서 중동 특사를 지낸 프랭크 로웬스타인은 “(네타냐후 총리가) 바이든 대통령이 듣고 싶어하는 말을 한 뒤 극우 진영이 반발하자 입장을 바꾼 전례가 없지 않다”고 WSJ에 말했다.
이스라엘이 협의는 계속하겠지만 미국의 승인을 기다리지는 않을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관측이다. 이스라엘 총리실도 성명을 통해 “우리는 미국 정부의 생각을 경청하지만 이스라엘의 국가 안보 필요에 따라 최종 결정을 내릴 것”이라고 분명히 했다. 네타냐후 총리는 이미 10일 안보 관련 회의를 소집해 이란 재보복 공격 문제를 3시간 동안 논의했지만, 이 문제를 표결에 부치지는 않았다고 한다. WP는 “이는 의도적으로 타이밍을 열어두었다는 뜻”이라고 평가했다.
결국 이스라엘이 재보복 공격 수위를 낮춘 만큼 공격 시점은 미 대선(11월 5일) 이전이 될 것이라는 게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이란의 공격에 맞대응하는 행동을 늦추는 것은 나약함의 신호로 해석될 수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