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진보교육 계승이냐, 보수 탈환이냐… 서울교육감 선거 막판 유세전 치열

입력
2024.10.15 18:30
진보 정근식, 역사박물관서 마무리 유세
보수 조전혁, 강남 3구 돌며 지지 호소해
중도 윤호상, "모든 아이 사랑" 명동성당
'조희연 10년' 평가에 따라 결과 달라질 듯

서울시교육감 보궐선거 투표를 하루 앞둔 15일 세 명의 후보는 마지막 총력전에 나섰다. 사전투표 투표율이 8%대로 역대 최저를 기록하는 등 유권자 무관심이 두드러지자, 후보들은 각자 지지 세력이 많은 지역 위주를 돌며 막판 표심 잡기에 나섰다.

정근식은 광화문, 조전혁은 강남으로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 출신인 진보 단일후보 정근식 후보는 이날 오전 서울대 인근 관악구 카페에서 ‘서울 교육의 미래’ 차담회를 열었다. 이 자리에는 혁신학교 학부모와 느린 학습자(경계선 지능인) 학부모 등이 참여해 학생 개별 맞춤형 교육과 창의적 교육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이에 정 후보는 “학생 개개인의 창의성, 협력, 자율성을 중시하는 혁신적인 교육 모델을 확장하고 학력 격차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정책적 노력을 강화하겠다”고 공약했다.

오후에는 광화문광장 인근 대한민국역사박물관에서 역사 교육의 중요성을 피력하며 마지막 유세를 펼친다. 이 자리에는 곽노현 전 교육감을 포함해 진보 후보 단일화 경선에 참여했던 이들이 총출동해 정 후보를 지지한다.

보수 대표 조전혁 후보는 이날 오전 서초구를 시작으로 ‘강남 3구(서초·강남·송파)’에서 막판 유세전을 펼쳤다. 조 후보는 직접 유세 차량에 탑승해 “조희연 전 교육감의 10년 암흑시대로 돌아가면 안 된다”며 “10년 만에 서울 교육을 정상화시키겠다”고 호소했다. 교육열이 높은 강남 지역에서 조 전 교육감의 핵심 정책인 혁신학교, 초등 지필평가 폐지 등을 비판하면서 막판 보수 지지층 결집에 총력을 기울이는 모습이었다. 마지막 집중 유세 장소는 강남역으로, 청소년 등 유동 인구가 많은 지역에서 미래 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하겠다는 게 조 후보 캠프의 판단이다.

조 후보의 단일화 제안을 뿌리친 중도·보수 성향의 윤호상 후보는 이날 금천구, 구로구, 강서구 일대를 거쳐 중구 명동성당에서 유세를 마무리한다. 가톨릭 신자인 윤 후보는 김수환 추기경의 말씀을 되새기며 아이들을 사랑으로 대하겠다는 다짐과 서약을 하기 위한 상징적 장소로 명동성당을 선택했다. 윤 후보는 “보수와 진보 이념 대결에서 떠나 20년 교육 전문가로서 교육복지, 차별 없는 교육을 실현하겠다”고 전문성을 부각했다.

'조희연 3선' 이후 서울 교육 어디로... 접전 예상

이번 보궐선거는 조희연 전 교육감이 2018년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출신 해직 교사 부당 채용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고 직을 상실하면서 치러진다. 선거 결과가 조 전 교육감이 2014년 이후 내리 3선을 하면서 10년간 진행된 '서울 진보교육'에 대한 시민 평가로 해석될 수밖에 없는 판국이다.

정 후보는 혁신학교, 교육복지 등 조 전 교육감 정책을 유지하면서 역사교육 강화, 양극화 격차 해소, 입시체제 개혁 등을 추진할 것으로 예상된다. 조 후보는 초등학교 지필평가 부활, 학생권리의무조례 제정 등 조 전 교육감과 상반된 정책을 내세우며 문용린 전 교육감 이후 10년 만에 보수 탈환을 노리고 있다.

투표율 저조 우려에 양강 구도 속 접전이 예상된다. 11, 12일 치러진 사전투표 투표율은 8.28%로, 2014년 사전투표제 도입 이래 가장 낮았다. 김시종 한국사회여론연구소 연구원은 “최보선 후보의 사퇴로 진보 후보 완전 단일화에 성공했다는 점은 정 후보에게 유리한 상황”이라며 “보수층이 위기감에 강하게 결집할 수 있는 점, 본투표가 평일에 치러져 고령층 투표율이 높을 것으로 예상되는 점은 조 후보에게 유리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강지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