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관 개인 잘못? 전형료 수십억 챙기는 대학들의 '비겁한 변명'

입력
2024.10.16 04:30
10면
감독관 교육 온라인, 보고 매뉴얼 미흡
"대학별 고사도 관리·감독 강화 필요"

수능을 한 달 앞둔 시점에 각 대학별 고사의 관리·감독 부실 문제가 잇따라 불거지면서 철저한 감독관 교육과 대처 매뉴얼 정비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공정성을 최우선으로 해야 하는 입시에서 발생한 사안인 만큼 철저한 경위 파악과 책임자 문책이 뒤따라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15일 각 대학에 따르면, 최근 치러진 연세대, 한성대, 단국대의 수시 고사에서 여러 관리 부실 사고가 발생했다. 12일 연세대에선 논술 시험지가 1시간 일찍 배부된 데다 휴대폰 사용 통제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정황이 드러나 논란이 일었고, 같은 날 단국대에선 작곡과 화성학 실기 시험 일부 문제가 뒤늦게 배포됐다. 13일 한성대 기초디자인 실기 시험에서도 일부 고사장에서 제시어 관련 사진이 담긴 보조 자료를 늦게 나눠줬다.

감독관 교육 소홀, 문제상황 보고 안 돼

입학전형 준비는 온전히 각 대학 자율이다. 감독관은 보통 해당 학교 교직원이 맡고 모자랄 경우 대학원생 조교 등이 투입된다. 문제는 감독관 교육 시간이나 방법, 필수 수강 내용 등에 대한 공통 기준이 없다는 점이다. 실제 연세대는 시험 시간표나 안내 문구 등 유의사항을 알리는 사전 교육이 이뤄졌지만 대면교육이 어려운 감독관들은 온라인 교육만 이수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고사장에는 시험지 일괄 배부를 위한 타종조차 없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교육부 관계자는 "현행법상 입학전형 운영 의무는 각 대학에 있다"며 "조치가 미흡할 때 정부가 지도, 감독에 나서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사전 교육이 허술하니 사후 대응 매뉴얼도 있으나마나다. 연세대의 경우 돌발 상황 발생 시 본부에 알리도록 했지만 시험지를 일찍 배부했다가 회수하는 소동을 빚은 고사장에 있던 두 명의 감독관은 실수 인지 후에도 본부에 보고 없이 자체 판단을 내렸던 것으로 확인됐다. 일부 시험 문제가 늦게 배포된 단국대에서도 수험생들이 재차 "시험 문제가 1개가 맞느냐"고 물었으나 감독관은 "맞다"며 그대로 진행시켰다. 이후 출력 실수를 알아차리고 뒤늦게 나눠준 문제에 대한 추가 시험 시간도 부여하지 않았다.

이러니 대학이 매년 수십억 원의 전형료 수익을 올리고도 정작 시험 관리는 소홀히 한다는 비판이 나온다. 대학정보 공시사이트 대학알리미에 따르면, 연세대는 지난해 입학전형료로 40억7,000여만 원의 수익(분교 포함)을 냈고, 단국대는 29억3,000여만 원, 한성대는 8억2,000여 만 원을 거뒀다. 서울의 한 고3 학생은 "몇몇 대학은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최저 등급 기준이 없어 대학별 고사에 많은 인원이 응시한 것으로 아는데 이렇게 관리가 돼도 되는 거냐"고 황당해했다.

"매뉴얼 정비·사후평가 등 관리 강화해야"

대학별 고사를 치를 때도 교육부의 관리 감독이 강화돼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된다. 임성호 종로학원 대표는 "교육부에선 출제된 문제가 교육과정의 범위를 벗어났는지 여부만 평가한다"면서 "절차적인 측면은 관리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고 지적했다. 박주호 한양대 교육학과 교수는 "문제가 발생했을 때 해당 대학에 불이익을 주는 평가제도를 도입해 각 대학이 감독 역량을 키우게 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라고 말했다.

학부모와 학생들 사이에서 공정성 논란이 확산하는데도 문제가 된 대학들은 재시험에 대해선 선을 긋고 있다. 연세대 관계자는 "문제유출 논란 관련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고 재시험은 고려하고 있지 않다"고 답했다. 단국대와 한성대 관계자는 각각 "상황을 구체적으로 파악해 재발 방지안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교육부 역시 "정확하고 신속한 경위 파악을 대학에 당부했다"며 "대학 측에 엄정하게 책임을 물을 것과 재발하지 않도록 철저한 관리를 요청한다"는 원론적인 입장만 내놨다.

김태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