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명의 의사가 두 곳 이상 의료기관을 경영하는 것을 금지한 의료법상 '1인 1개소' 규정을 어기고, 전국적인 치과 프랜차이즈를 운영하다가 수사를 피해 외국으로 달아난 치과의사가 1심에서 유죄 판단을 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11단독 김길호 판사는 의료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유디치과 설립자 김모씨에게 15일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했다. 해외 도피 중인 김씨는 궐석 상태로 재판을 받았다. 형사재판은 피고인 출석이 의무지만, 송달불능보고서 접수 후 6개월 안에 소재가 확인되지 않으면 궐석재판을 열 수 있다.
서울중앙지검은 지난해 12월 김씨를 의료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기소했다. 검찰에 따르면 김씨는 2012년 8월부터 2015년 11월까지 명의상 원장 18명을 동원해 22개 치과병원을 운영했다. 이른바 '네트워크 치과'로 알려진 유디치과는 2000년대 막대한 수익을 올렸다. 하지만 2012년 '의료인은 둘 이상의 의료기관을 개설·운영할 수 없다'고 의료법이 개정돼, 이런 식의 네트워크 병원 운영은 불법화됐다. 그러나 김씨는 계속 병원 네트워크를 운영했다.
대한치과의사협회 등의 고발로 수사에 착수한 검찰은 2015년 11월 당시 유디치과 대표 고모씨와 주요 지점 원장들을 재판에 넘겼다. 병원 설립자인 김씨는 수사가 본격화하자 해외로 도망쳐 기소중지 처분을 받았는데, 2022년 공범들의 유죄가 확정되자 검찰은 지난해 12월 그를 전격 기소했다. 김씨는 공판이 여섯 차례 연기되는 동안 한 번도 출석하지 않았다.
검찰은 그에게 징역 5년을 구형했지만, 재판부는 "김씨의 범행으로 환자들의 보건에 대한 직접적 악영향이 초래됐다고 보기 어렵고, 임플란트 가격 인하 등 소비자 편익에 기여한 면도 있다고 보인다"며 집행유예를 선고했다.
김씨는 해외 도피 중에도 대형 로펌을 선임해 지점 원장들을 상대로 민형사 소송을 걸었다가, 법원과 검찰로부터 각각 패소 판결과 불기소 처분을 받기도 했다. 수사를 피해 외국에서 소송을 남발하고 있다는 지적에 김씨 측은 "미국 이주는 수사 개시 5년 전에 이뤄졌다"는 입장을 밝혀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