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 번영에 있어 사회 제도의 중요성을 입증한 다론 아제모을루, 사이먼 존슨, 제임스 로빈슨 등 3인이 2024년 노벨경제학상 수상자로 선정됐다. 아제모을루와 존슨은 미국 매사추세츠 공과대(MIT) 교수이며 로빈슨은 미국 시카고대 교수다.
스웨덴 왕립과학원 노벨위원회는 이들을 2024년 노벨경제학상 수상자로 선정했다고 14일 밝혔다. 노벨위원회는 "국가 간 소득 격차를 줄이는 것은 우리 시대의 가장 큰 과제 중 하나"라며 "수상자들의 획기적인 연구 덕분에 국가가 실패하거나 성공하는 근본 원인에 대해 훨씬 더 깊이 이해할 수 있게 됐다"고 선정 이유를 설명했다.
이들의 연구는 주로 국가 간 번영의 차이를 이해하고 제도적 요인과 연관을 짓는 데 중점을 뒀다. 특히 '포용적 제도'와 '착취적 제도'의 차이가 국가의 경제적 성과를 결정짓는 중요 요소라고 주장했다.
이는 아제모을루와 로빈슨의 2012년 공저 '국가는 왜 실패하는가(Why Nations Fail)'에서 잘 드러난다. 이들은 이 책에서 역사적 사례를 통해 포용적 제도가 국가의 번영을 가능하게 하고, 착취적 제도가 국가를 실패로 이끈다는 이론을 제시한다. 경제적 자원의 분포와 제도의 성격에 따라 국가의 번영과 실패를 좌우한다는 것이다.
포용적 제도란 개인의 권리와 재산권을 보호하고 경쟁과 혁신을 촉진하는 제도다. 착취적 제도는 소수의 엘리트가 권력과 자원 대부분을 독점하는 구조를 말한다. 결국 경제적 발전은 단순히 자원의 풍부함이나 기술의 도입만으로는 이루어지지 않으며, 법적·정치적 구조가 어떻게 설계되고 운영되는지에 따라 국가의 운명이 달라진다고 역설한다.
존슨과 아제모을루는 식민지배의 유산이 현대 국가의 제도와 경제적 번영에 큰 영향을 미쳤다고 주장한다. 식민지배 당시 착취가 심했던 지역은 여전히 경제적으로 취약한 반면, 포용적으로 지배된 지역은 번영을 이뤘다는 분석이다.
아제모을루는 최근에도 국가 경제가 번영하려면 포용적 제도와 착취적 제도가 균형을 이뤄야 한다고 주장했다. 중국처럼 중앙집권적 권력이 지나치거나 유럽의 일부 국가들처럼 포퓰리즘에 빠져 있다면 경제발전이라는 목표를 달성하지 못한다는 것이 핵심이다.
김정욱 한국개발연구원(KDI) 국제개발협력센터소장은 "아제모을루가 2022년 지식공유사업 프로그램으로 한국에 와 기조연설을 했을 당시 중앙집권적 제도와 민주주의 제도가 균형을 갖춘 나라로 미국과 영국, 그리고 우리나라를 꼽았다"며 "경제발전을 위해선 이들의 밸런스를 맞추는 게 중요하다고 연설했다"고 말했다.
7일 생리의학상부터 시작한 올해 노벨상은 이번 경제학상까지 수상자 발표를 모두 마쳤다. 시상식은 알프레드 노벨의 기일인 12월 10일에 열린다. 물리학·화학·생리의학·문학·경제학상은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평화상은 노르웨이 오슬로에서 수여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