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민주화를 향한 세계 시민의 함성

입력
2024.10.15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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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5 2011 세계시민항쟁


2007년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와 금융위기로 인한 세계적 불황에 분노한 시민들로선, 책임을 추궁당해야 할 월가 고위 금융인들의 거액 퇴직금 잔치와 미국 정부의 구제금융은 용납하기 힘든 일이었다. 시민들은 심화-확산되는 빈부 격차의 구조적 장벽, 즉 금융자본주의의 탐욕과 그걸 제도적으로 뒷받침하는 정부의 실체를 절감했다.

좌파 활동가들을 중심으로 2011년 9월 17일 시작된 월가 점거 시위 ‘Occupy Wall Street’는 거기 동조한 지식인과 연예계 스타 등의 잇단 등판으로 더욱 가열되면서 맨해튼 남부 뉴욕증권거래소 인근 주코티 공원을 중심으로 약 두 달간 지속됐고, 세계 주요 도시로도 확산됐다. 주된 구호는 경제 민주화와 세계 변혁이었다.

그 절정이 10월 15일 세계 82개국 950여 도시에서 동시다발적으로 벌어진 동조 시위다. ‘변혁을 위한 세계의 단결’과 ‘글로벌 민주주의를 위한 단결’이란 큰 구호 아래 각 도시 시위 지도부는 저마다의 현안을 덧댔다.

사실 저 날의 시위는 월가 점거 농성과 별개로 그해 5월 스페인 시민단체 ‘참된 민주주의를 위한 플랫폼’이 세계 시민의 연대의 힘을 보여주자며 각국 비정부기구(NGO)에 제안한 데서 비롯됐다. 그들의 주요 이슈도 경제민주화를 포함 자본의 하수인으로 전락한 정부 및 국제기구에 대한 성토, 대의민주주의의 부패와 무능, 진정한 민주주의의 부재였다.

앞선 세계시민항쟁의 예로는 미국 부시 정권의 명분 없는 이라크 전쟁에 반대하는 세계인들의 시위, 즉 2003년 2월 15일 반전 시위가 있었다. 60여 개국 주요 도시에서 열린 그날 시위에는 최소 600만 명 최대 1,000만 명이 참가, 주목할 만한 해프닝처럼 기네스북에 등재됐다.

하지만 어쩌면, 17~18세기 유럽 시민혁명 이후 근대 민주주의와 산업혁명 이래 근대 자본주의를 지나온 21세기 인류는 유례없는 거대한 도전과 함께 미궁의 전환점을 향해 치닫고 있는 것인지 모른다.

최윤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