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식주의자' 번역가, 한강의 '전쟁 중에 무슨 잔치' 발언 SNS 공유

입력
2024.10.14 07:00
수상 기자회견 거부한 작가처럼
'조용한 행보' 통한 지지로 해석

노벨문학상을 받은 소설가 한강의 작품을 세계에 알린 '일등 공신'으로 평가받는 영국 번역가 데버라 스미스가 수상 기자회견을 거부한 한강의 뜻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공유했다.

스미스는 지난 13일(현지시간) 자신의 엑스(X)에 코리아타임스의 보도(11일)를 공유하며, 기사 내용 중 일부를 소개했다. 스미스는 '전쟁이 심각해지고 사람들의 주검이 매일 실려 나가는데 어떻게 잔치를 하겠나' '이 비극적인 일들을 보면서 즐기지 말아 달라' '스웨덴 한림원이 상을 준 것은 즐기란 게 아니라 더 냉철해지라는 것'이라는 한강의 생각을 따로 적었다. 한강의 아버지 소설가 한승원이 지난 11일 "딸이 수상 기자회견을 하지 않겠다고 한다"면서 취재진에 전한 말들이다.

스미스는 기사 내용 외에 별도로 자기 생각을 드러내진 않았다. 한강의 노벨문학상 수상 이후 그가 입장문이나 특별한 일정 없이 '조용한 행보'를 이어왔다는 점에서, 한강의 생각에 지지를 표현한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다만 그가 공동 설립한 아시아·아프리카 문학 특화 출판사 틸티드 액시스 프레스는 노벨문학상 발표 직후 "한강의 수상을 축하한다"며 "이번 수상은 번역 문학과 독립 출판에 대한 거대한 승리"라고 환영 메시지를 냈다.

영국 케임브리지대에서 영문학을 전공한 스미스는 한국어를 독학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런던대 동양 아프리카대(SOAS)에서 한국학 석·박사 과정을 밟았다. 한국 소설에 대한 그의 관심은 한강의 소설 '채식주의자'의 번역으로 이어졌다. 그 결과 2016년 영국의 권위 있는 문학상 인터내셔널 부커상을 작가와 함께 수상했다. 수상 이후 번역본의 일부 문장들이 오역됐다는 논란이 불거졌지만, 한강은 "내 소설 고유의 톤을 포착하고 있다"며 스미스를 지지했다.

스미스는 지난 11일 한강의 다른 작품 '작별하지 않는다'를 이예원씨와 공동 번역한 번역가 페이지 모리스의 호소를 X에서 리트윗(재공유)하기도 했다. 당시 모리스는 "노벨문학상 대화의 전면에 번역가와 우리의 작업을 내세워 준 언론인들에게 감사한다"면서도 "번역가들에게 연락할 때 기본적인 공감과 존중을 보여 달라"고 요청했다.

장재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