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가 가상자산(코인) 건전성이 확보될 때까지 '코인 기부'를 받지 않기로 결정했다. 2022년 한 게임업체와 10억 원 상당 코인 기부 약정을 맺었다가 현금화도 못하고 코인 홍보에 이용만 당한 게 아니냐는 지적을 받은 뒤 관계 법령 정비가 이뤄질 때까지 기부 대상에서 가상자산을 제외키로 정리한 걸로 보인다.
14일 서울대학교발전재단 모금전략실이 국회 교육위원회 고민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에게 제출한 가상자산 기부 관련 진행 상황 및 대응 계획 답변서를 보면, 국립대학법인인 서울대는 2022년 게임업체 위메이드로부터 업체 자체 발행 코인인 '위믹스'(WEMIX) 10억 원 상당을 기부 받기로 약정했으나 "실제로 기부는 이뤄지지 않았다"고 했다. 서울대 측은 "(가상자산) 거래소 내 법인계좌 개설이 불가하다"는 이유를 대면서 "관계 법령이 정비되기 전까지 법인계좌를 개설하지 않을 것이며, 가상자산의 건전성이 담보될 때까지 향후 가상자산 기부도 받지 않을 예정"이라고 밝혔다.
앞서 2022년 7월 서울대 측은 장현국 당시 위메이드 대표(현 부회장)와 10억 원 상당 위믹스 코인을 창업 펀드(SNIbiz)에 기부 받기로 약정하고, 같은 해 9월 총장실에서 협약식도 했다. 서울대는 발전기금 소식지에서 "100억 원 모금 목표인 펀드에 코인이 기부돼 학생 교육과 창업활동 지원에 쓰일 예정"이라고 밝혔다.
위메이드는 약정 직후 "서울대와 발전기금 기부 협약을 맺고 위믹스를 기부한다"며 홍보했다. 기부 협약 당시는 위메이드가 위믹스를 사전 공시 없이 대량 현금화(유동화)해 사업자금으로 쓰던 사실이 알려져 시세가 급락하자 유동화 중단을 발표하는 등 논란을 빚던 때였다. 위믹스 코인은 그해 11월 불투명한 경영을 이유로 5개 거래소 협의체(DAXA)로부터 상장폐지되기도 했다. 이에 "위메이드 홍보에 서울대 이름값만 이용당한 꼴"이라는 지적이 쏟아졌다.
지난해 국회 교육위 국정감사에서도 코인 약정을 두고 "업체 광고만 해주고 뭐 하나 챙긴 건 없는 엉망진창"이란 비판이 나왔다. 가격이 급등락하는 코인 특성에도 즉시 현금화가 아닌 '1년 이후 매도'하는 약정 내용에는 "말이 안 된다"는 지적이 더해졌다.
상장폐지 처분을 받은 위믹스 코인이 지난해 2월부터 여러 거래소에 순차적으로 재상장되며 가격이 오르자 서울대는 올해 초 코인 현금화를 위해 교육부와 금융위원회 금융정보분석원(FIU)에 법인계좌 개설 허용을 요청했으나 흐지부지됐다. 원화 거래에는 실명계좌가 필요한데, 금융 당국은 개인계좌가 아닌 법인 명의에 대해서는 자금세탁 통로 활용과 시장경쟁 과열 등을 우려해 불허해 왔다. 이런 가운데 김병환 금융위원장은 지난 10일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가상자산위원회를 구성해 가상자산 법인계좌 허용 여부 등을 검토할 계획이라 밝히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