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 질환 이외에는 효과가 입증되지 않은 콜린알포세레이트 성분 의약품이 '치매예방약' '뇌영양제'로 무분별하게 처방되면서 지난해 처방액이 6,000억 원에 육박한 것으로 나타났다. 치매 외 처방을 규제하고 국민에게 의약품의 효능을 올바로 알려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13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남인순(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콜린알포세레이트 성분 의약품 처뱡량은 2018년 5억3,733만 개에서 지난해 11억6,525만 개로 5년 사이 116.9% 증가했다. 처방 금액도 2019년 2,739억 원에서 지난해 5,734억 원으로 두 배 이상 늘었다.
처방량과 처방액이 급증한 주요 원인으로 치매 치료 목적 외 처방 남발 문제가 지목된다. 제약사들과 일부 의료기관이 콜린알포세레이트를 치매예방약, 뇌영양제로 홍보하면서 지난해 치매 외 처방액은 4,535억 원으로 전체의 79.1%를 차지했다. 치매 관련 처방은 1,199억 원으로 20.9%에 불과했다. 건강보험 청구 상위 의약품 목록에도 콜린알포세레이트 성분 의약품 2종이 5위(1,095억 원)와 9위(881억 원)에 올라 있다.
의료계에 따르면 콜린알포세레이트가 치매 초기나 치매 환자에게 일부 제한적 효과가 있다는 연구는 있지만 치매 예방이나 인지기능 개선 효과는 입증되지 않았다. 치매 치료 효능의 근거 수준도 낮아서 미국과 서유럽 국가 상당수는 콜린알포세레이트를 의약품으로 인정하지 않고 있다. 건강보험공단 데이터베이스를 활용해 50세 이상 1,200만여 명을 10년간 추적 연구한 서울대병원 의료진은 2021년 치매가 아닌 사람이 복용할 경우 오히려 뇌졸중 발생 위험을 43% 높인다는 결과를 얻기도 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2020년 콜린알포세레이트에 대해 급여 적정성 재평가를 실시한 뒤 치매 환자에게는 급여를 유지하되 치매 진단을 받지 않은 환자가 처방받을 경우 본인부담률을 30%에서 80%로 올렸다. 그러자 제약사들은 선별 급여 취소 소송을 냈고 본안소송이 끝날 때까지 시행을 미뤄 달라는 집행정지 신청을 법원이 인용하면서 제도적으로 치매 외 처방을 억제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남 의원은 "콜린알포세레이트 성분 의약품이 치매예방약, 뇌영양제 등으로 둔갑하는 행태를 개선해야 한다"면서 "콜린알포세레이트의 효능 효과에 대해 국민께 올바로 알리고, 치매 외 처방이 과다한 상위 병원과 의원을 공개하는 등 규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