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가 지난해 10월 7일 이스라엘을 기습 공격한 ‘알아크사 홍수’ 작전과 연계해 애초에는 훨씬 더 큰 규모의 테러를 계획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스라엘 수도 텔아비브 인근 이스라엘방위군(IDF) 본부 근처 고층 빌딩을 항공기로 들이받는, 이른바 ‘텔아비브판 9·11 테러’를 구상했었다는 얘기다. 하마스는 특히 “2년 내에 이스라엘을 완전히 무너뜨릴 수 있다”며 이란도 끌어들이려 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 워싱턴포스트(WP)·뉴욕타임스(NYT)는 12일(현지시간) 하마스가 작성한 59쪽 분량의 내부 전자 기록·문서를 입수했다며 이같이 보도했다. 항공기를 이용해 텔아비브의 70층 높이 모셰 아비브 타워, 아즈리엘리 센터 등을 붕괴시키겠다며 수립한 계획이 대표적이다. 이스라엘군이 가자지구 남부 칸유니스에서 노획한 이 기록들은 하마스 정치·군사 지도자 소규모 그룹의 10개 비밀 계획 회의 의사록과 서한, ‘팔레스타인 해방의 적절한 계획 수립을 위한 전략’이라는 제목의 세부 공격 문건 등으로 구성돼 있다.
WP·NYT에 따르면 하마스의 항공기 테러 계획에는 이스라엘 공군 기지와 군 시설의 위치, 벤구리온 국제공항을 이용하는 상업용 항공기 비행 패턴 등을 분석한 자료가 담겨 있다. 인공위성, 무인기(드론) 등으로 촬영하거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오른 사진 1만7,000장도 활용됐다. 문서에는 “건물이 파괴된다면, 적(이스라엘)에는 뉴욕의 세계무역센터 빌딩 붕괴(9·11 테러)와 유사한 전례 없는 위기가 닥칠 것”이라고 기재됐다.
철도 테러 계획도 포함됐다. 철도 노선이 주요 도시 중심부를 관통하는 점을 활용, 전투원을 침투시키고 연료 탱크에 소형 폭탄을 장착해 강력한 폭발을 일으키려 한 것이다. 또 어선을 고속 공격 보트로 개조해 무장 대원, 폭발물 등을 실어 나르는 방식도 담겼다. 고대 이집트 파라오의 전차와 같은 마차를 이용한 공격도 구상했다. 열이나 소음이 거의 없다는 점에서, 이스라엘 감시망을 피할 수 있다는 계산이었다.
하마스는 당초 2022년 가을 ‘대규모 프로젝트’라는 작전명으로 이스라엘 공격을 실행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이란과 레바논 무장 정파 헤즈볼라를 끌어들이기 위해 시점을 늦췄다. 알아크사 홍수 작전을 주도한 하마스 수장 야히야 신와르는 이란과 헤즈볼라를 상대로 “우리 작전과 연계해 대(對)이스라엘 전선을 넓혀 달라”며 설득을 시도했다. 신와르는 2021년 이란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세예드 알리 하메네이 등에게 보낸 편지에서 △2년간 5억 달러 자금 △하마스 전투원 1만2,000명의 무장을 위한 군사적 지원 등도 호소했다.
또 2023년 7월에는 고위 관리를 레바논에 보내 이란 쿠드스군 고위 사령관 모하마드 레자 자헤디를 면담하고, 공격이 시작될 경우 민감한 시설을 공격하는 데 도움을 달라고 요청했다. 자헤디는 ‘원칙적 지지’ 의사를 밝혔으나, ‘준비에는 시간이 필요하다’며 유보적 반응을 보였다. 이란은 이스라엘과의 직접 충돌을 꺼렸다고 볼 수 있는 대목이다.
NYT는 IDF가 이 문서를 ‘진짜’로 판단했다는 별도의 내부 문서도 확인했다고 전했다. 익명의 이스라엘 관리는 “하마스는 이스라엘과 유대 민족을 지도에서 지워버리기 위해 준비가 돼 있지 않은 이란을 끌어들이려 했다”고 WP에 말했다. 다만 IDF는 공식 논평을 거부했고, 하마스 역시 언급을 피했다. 이란과 헤즈볼라는 “알아크사 홍수 작전은 하마스의 단독 작전”이라며 연루 의혹을 부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