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실, '명태균 의혹' 어물쩍 넘길 일 아니다

입력
2024.10.12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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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건희 여사 ‘공천개입 의혹’의 핵심 관련자인 명태균씨 논란이 잦아들긴커녕 갈수록 확산되고 있다. 정치 브로커의 허풍으로 치부하기엔 그가 정치권 전반에 관여한 정황이 방대하고 구체적이다. 게다가 자신이 마음만 먹으면 대통령 ‘하야·탄핵’을 할 수 있다는 극언 이후에도 명태균발 의혹 제기는 계속되고 있다. 동남아 순방을 마치고 어제 귀국한 윤석열 대통령은 상황의 엄중함부터 인식해야 한다.

명씨는 윤 대통령의 정계입문과 국민의힘 입당 시기부터 대통령 취임 후까지 맺은 대통령 부부와의 친분을 활용해 곳곳에서 영향력을 행사한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2022년 6월 지방선거 때 경남지사와 강원지사 후보 공천에 개입한 증언도 새롭게 제기됐다. 명씨가 대통령 부부에게 경남지사 후보에 박완수 당시 의원을 추천했고, 이로 인해 윤한홍 의원이 불출마로 정리됐다는 것이다. 김진태 강원지사가 당내 경선 컷오프 뒤 기사회생한 배경에 명씨와 김 여사가 있다는 주장도 나왔다.

정치권 전체가 명씨의 말 한마디에 들썩이는데도 대통령 부부는 물론 유력 인사 누구도 속 시원히 반박하거나 제지하지 못하고 있다. 대통령실은 대선 때 명씨가 윤 대통령에게 3억6,000만 원 상당의 여론조사를 무상 제공했다는 의혹에 대해 말문을 닫고 있다. 후보 경선 때 당원 57만 명의 명부를 입수해 두 차례 비공표 여론조사를 실시했다는 의혹에도 가타부타 진위를 밝히지 않고 있다. 이준석 개혁신당 의원이 윤 대통령 취임 후에도 명씨가 김 여사와 주고받은 메신저 대화를 봤다고 증언했지만 이 역시 대통령실은 침묵하고 있다.

명태균 사태에 대해 “민심은 대통령 부인이 악마화되는 것을 걱정하고 있다”(강승규 의원)는 여당 친윤계 인식은 안이하다. 정국 혼돈을 막으려면 윤 대통령과 대통령실이 제기된 의혹들을 제대로 설명하고 명확한 입장을 밝혀야 한다. 명품백 수수 사건처럼 떠밀려 지각 대응에 나선다면 민심이반을 막지 못한다. 대통령 부부의 총선 공천 개입, 명씨의 문어발 행각 등의 의혹 해소를 위해 윤 대통령이 검찰수사를 약속할 필요도 있다. '명태균 게이트'로 커지기 전에 엄중한 판단과 늦지 않은 대응이 절실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