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젊은 세대의 문해력이 과거에 비해 떨어진 것 아니냐는 논란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하태경 보험연수원장이 20·30대 문해력 저하에 대응해 일부 전문용어의 경우 한글과 한자를 같이 쓸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보험연수원 홈페이지에 쓰인 난해한 보험용어에 한자를 병용하는 작업부터 시작하겠다고 밝혔다. 이 소식에 누리꾼들은 엇갈린 반응을 보이고 있다.
하 원장은 10일 자신의 페이스북 계정에 "오늘 오전 2030 막내 직원들과 문해력 저하 대책 회의를 했다"면서 "보험연수원 홈페이지의 어려운 단어에 한자를 병기하는 작업부터 시작하겠다"고 적었다. 그는 "(젊은 직원들은) 가령 손해사정, 보험수리, 보수교육 같은 단어를 처음 볼 때 이해하기 어렵다고 한다"면서 "한자를 잘 모르는 젊은 세대가 많아, 한자 병기만으로 부족하다고 해 필요하면 간단한 영어 설명도 덧붙이기로 했다"고 부연했다.
하 원장의 선언대로라면 국립국어원이 '보험금 지급을 위해 손해액을 결정하는 등의 업무'로 설명한 손해사정은 보험연수원 홈페이지에 표기될 땐 '손해사정(査定)'으로 쓰이고, 필요에 따라 'Claim adjustment'란 영어 표현 등도 들어가게 된다. 하 원장은 11일 본보와 통화에서 "한자 병기를 최소화하는 게 원칙"이라며 "의미가 모호한 단어에 한해서만 한자를 같이 쓰자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보험 계약 이행에 필요한 이론의 수학적 연구'를 뜻하는 보험수리도 '보험수리(數理)' 등으로 표기될 것으로 보인다.
하 원장은 젊은 세대도 보험의 상세 개념을 알아야 하기 때문에 이 같은 작업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그는 "보험업계에서 많이 쓰는 용어는 오랫동안 업계에서 굳어진 말들이라 쉽게 바꿀 수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보험은 모든 국민이 관심을 가져야 하는 분야라서 이 정도 개념은 2030도 알아야 하고, 더 쉬운 표현을 기대하기보다 스스로 공부해야 한다. 한자나 영어를 모른다면 공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우리 교육 당국의 순한글전용주의(정책)도 문해력이 낮아진 원인 중 하나"라고 주장했다.
하 원장의 게시글을 본 누리꾼들의 의견은 분분하다. 페이스북 사용자 A씨는 최근 문해력 논란에 대해 "기성세대가 젊은 세대의 언어 습관을 이해하지 못한다는 관점에서 봐야 한다"면서 "세대 간에 쓰는 언어와 그 용법 차이를 이해해야 한다. 보험업계에서 쓰는 기존 용어가 '성경 말씀'도 아닌데, 이런 단어를 (그대로) 쓰기보다 누구나 이해하기 쉬운 말로 바꿀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다른 사용자 B씨는 "쉽게 써도 될 단어를 어렵게 쓰고 '이것도 모르냐'고 하는 기성세대 때문에 젊은 세대가 반감을 갖는다"고 했다. 반면 일부 사용자는 "의미를 더 확실히 전달할 수 있는 한자 병기가 좋다"는 의견을 남기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