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철도공사(코레일)가 사용기한을 넘긴 무궁화호를 대신할 신규 열차를 주문했지만 2년 넘게 납품받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그런데도 코레일은 납품 기일을 어긴 이 회사와 최근 2,400억 원 규모의 신규 계약을 했다.
11일 대전 코레일 본사에서 열린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김은혜 국민의힘 의원이 이 같은 문제를 지적했다. 현재 코레일은 보유 중인 무궁화호 409칸 중 358칸을 신규 열차(ITX-마음)로 대체하기 위한 사업을 진행 중이다. 이 일환으로 코레일은 A사에 2018년과 2019년 신규 열차 358칸 제작을 의뢰했다. 계약서에 적힌 납기 일자는 2021년 12월(150칸)과 2022년 11월(208칸)이다. 하지만 A사는 지금까지 2018년 계약한 150칸 중 100칸만 납품했고, 나머지 258칸은 여전히 깜깜무소식이다. 현재까지 코레일은 계약금 6,500억 원 중 4,100억 원을 지급했다.
신규 열차 도입이 늦어지자 코레일은 어쩔 수 없이 무궁화호 222칸에 대한 사용기한을 5년 연장해 운영하고 있다. 돈은 돈대로 줬지만 열차를 제때 받지 못해 기대수명을 넘긴 열차를 사용하고 있는 셈이다. 한문희 코레일 사장은 "지금까지 11차례 독촉 문서를 보내고 경영진 면담도 했지만 여의치 않아 일단 A사가 2026년까지 납품하기로 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이도 장담할 수 없다는 게 김 의원 지적이다. A사가 2026년까지 납기일을 지키지 못하면 2,000억 원에 가까운 지연배상금을 물어야 한다. A사로선 열차 258칸을 만드는 것보다 차라리 지연배상금을 물고 없던 일로 하는 게 이익일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도 코레일은 올해 4월 A사에 또다시 2,400억 원 규모의 신규 열차 제작을 맡겼다. 더구나 입찰 심사 땐 A사 사명이 버젓이 공개되는 등 블라인드 원칙도 지켜지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김 의원은 "현 상황만 보면 주문받은 A사가 갑이고 코레일이 을처럼 여겨진다"며 "국가기간망을 이렇게 허술하게 운영하나"라고 지적했고, 한 사장은 "계약을 취소할 수 있지만 그렇게 되면 사업이 더 늦어지는 측면을 고려했다"고 해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