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사건으로 김건희 여사를 수사 중인 검찰에 사실상 기소를 촉구하는 발언을 한 데 대해 친윤석열(친윤)계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법리와 원칙을 강조하면서 김 여사 기소 결정을 하지 않은 법무부 장관 때와 달리 "과도한 정치적 접근을 하고 있다"는 비판이다. 친윤계 내부에서는 윤석열 대통령과의 독대를 앞둔 한 대표 발언이 여론을 의식한 측면이 있다고 보고 불편한 심기를 감추지 못하는 모습이다.
대통령실 시민사회수석을 지낸 강승규 국민의힘 의원은 11일 SBS라디오에서 "어떻게 법무부 장관을 지낸 여당 대표가 '국민 감정에 따라서 여론 재판을 하라'고 하느냐"며 "법리에 따라서 해야 할 뿐"이라고 말했다. 국가안보실 2차장 출신인 임종득 의원도 KBS라디오에서 "여당의 대표로서 법적으로 정리되는 것을 기다려야지 '사과해야 한다. 명명백백하게 밝혀야 한다'고 하는 것은 여론 재판을 하자는 것도 아니고 아쉽다"며 "법과 제도의 원칙에 따라 진행되는 걸 지켜봐 주는 인내가 필요하다"고 했다. 4선 박대출 의원은 페이스북에서 한 대표의 말에 "동의하기 어렵다"며 "지금 상황에서는 '민주당이 납득할 만한 수사 결과'로 들린다"고 일침을 가했다.
한 대표는 전날 인천 강화군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에 대해) 검찰이 국민이 납득할 만한 결과를 내놓아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김재원 최고위원은 YTN라디오에서 "한 대표가 과도하게 정치적 해석이나 접근을 하지 않았나라는 생각이 든다"고 지적했다. 추경호 원내대표도 이날 "아직 검찰에서 최종 수사 결과가 발표되지 않았기 때문에 언급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선을 그으면서 "검찰이 법리와 증거에 따라 조사하고 결과를 발표할 것으로 생각한다"고 신중한 입장을 내비쳤다.
친윤계의 반발에도 16일 재보궐선거까지 앞둔 한 대표 입장에서는 '김 여사 리스크'에 대한 좀 더 선명한 의사를 드러내는 게 불가피한 상황이다. 검찰이 불기소 처분을 내리면, 국정감사 기간 김 여사 의혹을 키우는 데 주력하고 있는 야당이 특검 공세에 맞설 명분이 희미해진다는 우려도 깔려 있다. 여기에 재보선 이후 대통령과 독대를 앞둔 한 대표가 김 여사 관련 의제에 주도권을 잡아야 한다는 점도 고려된 것으로 보인다. 친한동훈(친한)계 당 관계자는 이날 "사건 관련자들은 유죄 판결을 받고 있는 상황에서 (김 여사만) 불기소가 나오면 여론이 걷잡을 수 없는 방향으로 확산될 수 있다"며 "뇌관으로 작용하기 전에 (논란을) 끊어낼 분명한 이유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