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북한 주민 1명이 목선을 타고 서해 북방한계선(NLL)을 넘어 귀순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최악의 식량난과 '두 국가론'에 따른 이데올로기 혼란을 겪고 있는 북한 주민들이 꽉 막힌 중·러 국경 대신 남쪽을 선택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11일 군에 따르면, 지난달 17일 새벽 북한 남성 주민 1명이 무동력 소형 목선을 타고 서해 백령도 인근 NLL을 넘어 귀순했다. 군은 "배가 NLL을 넘기 전부터 감시장비로 포착, 정상적으로 귀순 유도 작전을 수행했다"고 밝혔다.
북한은 지난해 말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적대적 두 국가론' 발표 이후 국경 차단 작업에 나섰지만 오히려 최근 들어 육로와 해상을 통한 귀순은 늘고 있다. 8월 이후 한 달여 만에 3명이 NLL과 군사분계선(MDL)을 넘었다. 8월 8일엔 북한 주민 1명이 썰물을 틈타 한강 하구 중립 수역을 통해 걸어서 귀순했고, 같은 달 20일엔 북한군 1명이 군복을 입은 채 동해선 인근 MDL을 넘어왔다. 지난해 10월엔 북한 주민 4명이 동해 NLL을 넘어오기도 했다. 서해·동해·육상·한강 하구 등 귀순 경로도 다양해지는 양상이다.
북한이 최근 국경 일대 요새화 공사 진행을 공언한 것도 이처럼 국경선을 통한 탈북 증가와 무관치 않아 보인다. 북한은 지난해 12월부터 경의선과 동해선 등 남북을 잇는 도로와 철도를 차단해 왔고, 지난 9일에는 이곳을 '요새화'하겠다고 발표했다. 단순한 차단을 넘어 무장을 갖추겠다는 것이다. 4월부터는 비무장지대(DMZ) 내 북측 지역에 불모지 작업과 지뢰 매설, 철조망 및 방벽 설치 등 차단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전날 김명수 합동참모의장은 국정감사에서 북한의 남북 차단 작업에 대해 "내부 인원의 유출을 차단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며 "김정은 체제는 두려움을 느껴 스스로 고립을 선택하는 무리수를 두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남한으로 직접 귀순 증가 추세에 대해 전문가들은 북중관계 경색을 하나의 이유로 꼽았다. 조한범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북중관계 경색으로 중국 국경에는 3중 철조망이 설치돼 있고, 러시아 쪽으로는 우크라이나 전쟁 탓에 탈북이 쉽지 않다"며 "북한 주민들은 원천 차단된 북쪽 국경 대신 남쪽을 선택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조 위원은 이어 "김 위원장이 백두혈통의 근간을 흔드는 '두 국가론'을 통해 이데올로기적 보루를 스스로 무너뜨린 것은 그의 한계를 보여주는 단면"이라며 "앞으로 북한의 내부 동요는 더 심해지고, 남한으로의 직접 귀순도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