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아연-영풍 경영권 분쟁의 '열쇠'로 떠오른 영풍정밀이 불성실 공시 법인으로 지정될 기로에 놓였다. 최대주주가 바뀔 수도 있는 주식 담보제공 계약 체결 사실을 뒤늦게 공시한 결과다.
10일 한국거래소는 코스닥 상장사 영풍정밀에 대해 불성실 공시 법인 지정을 예고했다. 추후 상장공시위원회 심의를 거쳐 불성실 공시 법인 지정 여부와 벌점 등을 결정할 예정이다. 불성실 공시 법인 결정 시한은 다음 달 4일이다.
불성실 공시 법인으로 최종 지정되고 올해 부과벌점이 8점 이상이면 하루 동안 매매거래가 정지된다. 이번 건 포함 1년간 누적 벌점이 15점 이상이면 상장적격성 실질심사 대상이 돼 상장폐지 여부를 논의하게 될 수도 있다. 다만, 영풍정밀은 지난 1년간 불성실 공시로 인해 부과된 벌점이 없다.
거래소는 영풍정밀이 "최대주주 변경을 수반하는 주식 담보제공 계약을 늦장 공시했다"고 지정 예고 사유를 밝혔다. 앞서 영풍정밀 공개매수를 진행 중인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측 특수목적법인(SPC) 제리코파트너스가 주식 매입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하나증권으로부터 1,000억 원을 빌렸고, 담보로 유중근 영풍정밀 대표 등이 제공한(주식 근질권 설정) 영풍정밀 지분 34.94%를 걸었다.
영풍정밀은 제리코파트너스와 주식 담보제공 계약을 지난달 30일 체결했으나, 이날 오후 이 사실을 공시했다. 영풍정밀은 고려아연 지분 1.85%를 보유하고 있어 양측은 고려아연 경영권 확보를 위해 영풍정밀 주식을 공개매수로 사들이고 있다. 고려아연은 11일 이사회에서 고려아연 및 영풍정밀 공개매수가 인상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영풍 측은 당국 경고 이후 공개매수가를 올리지 않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