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야생동물 개체군 규모가 지난 50년간 평균 73% 감소했다는 보고서가 발간됐다. 보고서는 생태계 파괴의 주 원인으로 '식량 시스템'을 지목하며 식량과 에너지 부문에서의 '대전환' 없이는 돌이킬 수 없는 변화에 직면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세계 최대 규모 비영리 자연보전기관 중 하나인 세계자연기금(WWF)은 10일 이런 내용이 담긴 '2024 지구생명보고서'를 공개했다. 보고서는 포유류·조류·어류 등 전 세계 척추동물 5,495종을 대표하는 약 3만5,000개 개체군을 대상으로, 1970년부터 2020년까지 추세를 분석해 지구생명지수(LPI)를 도출했다.
그 결과 LPI에 포함된 야생동물 개체군 규모는 연 평균 2.6%씩 감소해, 50년간 73%(통계 오차 고려 시 67~78%) 감소한 것으로 확인됐다. 야생동물 종류에 따라서 증가한 것도 감소한 것도 있지만 어림 잡아 전체 규모가 4분의 1로 줄었다는 의미다. 특히 담수 생태계가 85%로 감소 폭이 가장 컸고, 이어 육상(69%)과 해양(56%) 순이었다.
이날 오전 서울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박민혜 WWF 한국본부 사무총장은 "서식지 파괴를 촉발한 가장 큰 요인은 식량 생산으로 인한 토지 이용의 변화"라면서 "현재 모든 주거 가능한 토지 면적의 40%가 인간을 위한 식량 생산에 사용되며, 식물 다양성이 풍부한 열대 및 아열대 지역은 산림 파괴의 90%가 농지 전환 때문에 초래된다"고 지적했다. 물 사용량 70%, 온실가스 배출량 25%도 오직 인간을 위한 식량 생산·가공·유통·소비·폐기 과정에서 발생한다.
문제는 이렇게 생태계를 파괴하며 생산된 식량 중 3분의 1가량(30~40%)은 유통 과정상 문제나 유통기한 만료 등으로 폐기물이 된다는 점이다. WWF는 세계 인구의 3분의 1은 여전히 영양가 있는 음식을 정기적으로 충분히 섭취하지 못하는 점을 고려할 때, 식량 낭비는 생태계 파괴뿐만 아니라 사회적 손실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WWF는 △보전 방식 △식량 시스템 △에너지 시스템 △금융 시스템 등 4가지 부문에서 변화가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식량 부문에선 손실과 폐기량을 줄여 생산된 식량 중 실제 섭취되는 비중을 늘려야 하고, 지속가능한 방식의 농·어업 전환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개인 차원에서는 식물성 식품을 늘리고 동물성 식품을 줄이는 것이 대표적인 실천 방법이다.
아울러 보고서는 에너지 부문에서 향후 5년간 재생에너지를 3배, 에너지 효율을 2배로 확대하고 소형차 20~40%를 전기차로 대체하는 노력 등도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현재 정부는 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을 마련 중인데, 초안에는 2030년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이 21.6%으로 담겼다. 그러나 환경부는 최근 산업부에 '국내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이 주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보다 현저히 낮아 비중 상향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낸 상황이다. (관련 기사 : 환경부 '11차 전기본' 신재생발전 비중에 이견... 환경단체 "즉각 수정" 요구)
WWF는 금융, 즉 자본이 환경을 해치는 활동이 아닌 생물다양성·기후·지속가능발전에 투입되는 것도 중요하다고 당부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민간 금융, 세제 혜택, 보조금 등 형태로 환경 파괴적 활동에 투입되는 재원은 연간 7조 달러(약 9,449조 원)에 달하는 반면, 지속가능한 환경친화적 활동에 투입되는 재원은 연간 2,000억 달러(약 269조 원)에 불과한 실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