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선(禪)명상과 양자역학.’
전혀 어울리지 않는 듯한 두 개념이 9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에서 만났다. 대한불교조계종의 수장인 총무원장 진우스님과 미나스 카파토스 미국 채프먼대 물리학과 석좌교수의 만남을 통해서다. 두 사람은 각각 ‘선명상의 창시자’와 ‘명상하는 물리학자’로 알려져 있다.
“지금부터 몸과 마음에서 일어나는 생각과 감정을 모두 흘려보내십시오. 무(無)라는 화두 하나에만 집중하십시오. 무, 무, 무, 무….”
이날 뉴욕 맨해튼 코넬 클럽에서 진행된 ‘한국 선명상과 양자역학과의 대화’는 진우스님의 5분 선명상으로 시작했다. 선명상은 불자뿐 아니라 전 국민, 나아가 전 세계인의 마음 평안을 위해 조계종에서 보급하려는 명상법이다. 진우스님과 카파토스 석좌교수는 과학과 종교의 상호 보완을 위해 서로의 관점과 지식을 공유했다.
우선 두 사람은 과학과 불교의 유사성에 집중했다. 진우스님은 “물리적으로 감지되는 대상인 '입자'를 불교적으로 보면 '색'이라고 한다”면서 “입자를 두고 옳고 그르다는 시비에 굴하지 않고 진공 상태인 파동으로 돌려줄 때야말로 윤회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카파토스 석좌교수 역시 “오늘날 물리학자들은 양자역학을 '정신에 대한 과학'이라고 본다”며 “지금 눈에 보이는 은하계의 빛이 수십억 광년 전의 헛것인 것처럼, 있다고 여기는 것은 사실 거기에 없다. 그렇기에 불교에서처럼 정신의 역할이 굉장히 중요하다”고 말했다.
카파토스 석좌교수는 과학의 한계를 불교와 같은 종교로 메울 수 있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그는 “과학자로서 과학을 버릴 수는 없지만 한계가 있다는 사실은 알아야 한다”며 “죽음을 비롯한 정신 문제와 관련해서는 과학이 답을 줄 수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고대 불교의 가르침과 철학은 우리를 지속적으로 정신을 관찰하도록 한다”고 덧붙였다.
‘지금 여기에 집중해야 한다'는 것이 이날의 결론이다. 카파토스 석좌교수는 “인간은 과거에 집착하고 미래를 두려워하기에 고통스러운 것”이라면서 “불교에서 윤회를 버린다는 것은 지금에 집중해서 산다는 의미”라고 짚었다. “손안에서 흘러내리는 모래에 집중하면 안 된다. 사라지는 육신에 대한 집착을 내려놓아야 (윤회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것이 그의 말이다.
진우스님은 “우리가 보는 실체는 전부 공(空)이다. 이러한 것에 현혹되거나 속지 말아야 한다”면서 “오늘 선명상을 했듯이 그냥 놓으시라”고 했다. 진우스님은 이어 “이것이 생기는 즉시 바로 저것이 생긴다. 행복을 추구하면 할수록 불행이라는 '저것'이 생긴다는 것”이라면서 “과거는 지나갔고 미래는 오지 않았다는 일체의 무상에 집중한다면 구제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