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교육감 보궐선거에 보수·진보 단일후보로 출마해 양강 구도를 이룬 조전혁·정근식 후보가 사전투표(11, 12일)를 하루 앞두고 같은 자리에서 차례로 기자회견을 가졌다. 두 사람은 지난 10년간의 '진보 교육감 시대'에 상반된 평가를 내렸고 각자의 주요 공약을 강조하며 선명한 논리 대결을 벌였다. 조 후보는 "평가 전성기를 열겠다"며 초등학교의 주기적 진단평가 시행을 역설했고, 정 후보는 "잠재력을 찾는 진단이 더 중요하다"며 일률적 평가 강화에 반대했다. 서로를 "조희연 아바타" "학교폭력 연루 후보"라고 부르며 비난 수위를 높이기도 했다.
조 후보는 10일 서울시교육청에서 열린 정견발표장에서 조희연 전 교육감이 세 번 연임한 10년 기간을 "시민이 고통받은 서울교육의 '암흑기'"라 칭했다. 조 교육감의 대표 정책인 혁신학교와 학생인권조례를 집어 "철저히 실패했다"고 주장했다. 시험 축소 기조와 혁신학교로 기초학력 저하가 나타나는 등 "교육의 품질 관리가 전혀 안 됐다"며 교육청 산하에 '학교평가청' 신설을 내걸었다. 학업성취도평가를 비롯해 다양한 평가 도입으로 교육서비스 질을 끌어올리겠다고 공언했다.
조 후보는 사교육을 '암시장'에 빗대며 그 규모를 줄여나가려면 공교육 현장 경쟁이 활발해져야 한다는 논리를 폈다. 그는 "정규시장(공교육)이 제 기능을 못해 암시장이 커진다"며 "공교육 질관리를 하겠다는 건 학교와 선생님들도 경쟁하게 하겠다는 것"이라 했다. 학교나 교사 평가 방식은 급식 만족도 조사를 예로 들며 "상중하 등급 중 '하'에 속한 학교는 급식 질 개선을 위해 엄청난 노력을 할 것"이라며 "이런 정도의 평가 자료가 생기면 전반적 질도 향상될 것"이라 말했다. 초등 진단평가 확대 등을 거론하며 "(한마디로) 평가의 전성시대를 열겠다"고 강조했다. 학생인권조례를 두고는 "반교육적이며, 교육 파괴적"이라며 "교사들이 훈육을 못 하고 수업이 붕괴되니 수업권과 교육권이 지켜지지 않는다"고 했다. '학생권리의무조례'로 대체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정견발표를 한 정 후보는 "근거 없는 지난 10년 암흑기 주장"이라 반박하며 '조희연 정책' 계승 의지를 보였다. 정 후보는 보수 진영의 혁신학교 맹공에 대해 "가보지도 않고 잘못됐다고 주장한다"며 "창의적 인재 양성에 필요한 교육과정을 조금 더 자유롭게 편성해 지역 사정에 맞게 유연하게 운영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그는 교육감이 되면 혁신학교의 학력 추이를 분석해 시민들에게 근거를 제시하고 미흡한 부분은 경청하며 수정해나가겠다고 했다. 전임 교육감 시절엔 정책 효과를 시민들에게 알리는 데는 소홀했다면서다.
정 후보는 '교육 양극화 완화' 추진을 최우선 공약으로 내걸었다. '학습진단치유센터'를 설치해 학습 부진의 문제를 진단하고 치유해가는 기반을 교육지원청에 구축하겠다고 했다. 정 후보는 "배우는 속도가 느린 아이도 기초 문해력과 수리력을 갖춰야 한다"며 "교육 격차를 줄이는 게 매우 시급한 과제"라 했다. 일률적 평가 확대보다는 공부가 더딘 학생이 주눅 들지 않도록 성장시켜나갈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학생 환경과 학습 조건을 면밀히 파악하는 지표 개발 등이 포함된 '양극화 지수' 개발도 최우선순위로 공약서에 담았다.
정 후보는 "(당선된 교육감) 임기가 1년 8개월이라 모든 걸 할 수 없고, 교육감이 현장을 다 뒤집어 학교를 난장판으로 만들어선 안 된다"며 "현 정부가 하듯 교육 정책을 졸속으로, 즉흥적으로 막 밀어붙이고 싶진 않다"고 밝히기도 했다.
두 후보는 서로 포화를 날리며 신경전도 벌였다. 조 후보는 "이 선거에 무려 560억 원이 드는데, 한 사람(조 전 교육감)의 비리(전국교직원노동조합 불법 채용)로 세금이 허공으로 사라진다"고 했다. 그러면서 전임자 정책을 잇겠다는 정 후보를 향해 "비리를 옹호하는 아바타를 자처한다"며 "교육감 되면 채용 비리도 저지를 건가"라고 쏘아붙였다.
정 후보는 조 후보의 과거 학교 폭력 의혹 등을 들어 공격했다. 정 후보는 "학교 폭력은 너무 많은 상처를 피해자들에게 남기고 있다"며 "그런 걸(학폭) 했던 사람이 지도자가 되는 건 절대 안 된다고 강조하고 싶다"고 했다. "뉴라이트 암흑의 세계로 들어가면 서울교육이 무너진다"며 지지를 호소하기도 했다.
교육감 선거 사전투표는 11일부터 이틀간 오전 6시부터 오후 6시까지 치러진다. 유권자는 서울 모든 사전투표소에서 투표할 수 있다. 사전투표소 위치는 중앙선거관리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