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까워지다 멀어진 휴전… 이스라엘·하마스 '책임 공방'
15개월째 전쟁 중인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가 서로를 '휴전 협상 방해자'로 지목하며 비난전을 펴고 있다. 최근까지 '조만간 협상 타결' 관측이 나왔으나, 또다시 교착 상태에 빠져드는 분위기다. 25일(현지시간) 이스라엘 타임스오브이스라엘(TOI) 등에 따르면,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실은 이날 성명을 통해 "하마스 테러 조직은 계속 거짓말을 하면서 이미 도달한 합의를 어기는 등 협상을 계속 어렵게 만들고 있다"고 밝혔다. 양측은 최근 2주 동안 카타르 도하에서 미국·카타르·이집트 중재로 가자지구 전쟁 휴전 및 인질 석방을 위한 협상을 진행해 왔고, 이 과정에서 양측 모두 '휴전안 타결에 근접했다'는 취지의 긍정적 전망을 내놓았다. 이날 이스라엘 총리실이 그간 어떤 내용의 합의가 이뤄졌고, 어느 대목에서 하마스가 입장을 번복했는지 구체적으로 밝힌 것은 아니다. 다만 이스라엘 칸은 "하마스가 '휴전 1단계'에서 석방할 인질 명단을 이스라엘에 주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하마스는 '인도적 포로'로 분류되는 여성, 아동, 노인을 먼저 석방하겠다는 입장인데, 이스라엘은 '남성이라도 몸이 아프거나 부상을 당했다면 풀어 달라'고 요구해 온 것으로 전해졌다. '이스라엘인 인질 1명 석방 대가로 팔레스타인 수감자 몇 명을 풀어줄지'를 둘러싼 이견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영국 BBC방송은 지난 21일 "협상이 90%까지 진전됐으나, 필라델피 회랑에서의 이스라엘군 주둔 여부에 대해선 의견 일치를 보지 못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가자지구 최남단과 이집트 국경을 잇는 필라델피 회랑은 가자지구에서 유일하게 이스라엘 국경과 접하지 않은 곳이다. 이스라엘은 하마스가 이곳을 이용해 무기를 밀반입해 왔다며 "이스라엘군이 휴전 이후에도 계속 주둔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에 앞서 하마스도 같은 날 '이스라엘 탓에 (휴전) 합의가 이뤄지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하마스는 성명에서 "점령군(이스라엘)은 철수, 휴전, 포로, 실향민 귀환 등에 관해 새 조건을 계속 내걸며 합의 도달을 지연시키고 있다"고 밝혔다. 만약 하마스 주장이 사실이라면, 이스라엘이 '도널드 트럼프 2기 미국 행정부'의 출범을 기다리고 있는 것과 연관됐을 수 있다. 대표적인 친(親)이스라엘 정치인인 트럼프 당선자가 미국 대통령에 취임하는 다음 달 20일 이후에 휴전 합의를 하는 게 유리하다는 게 이스라엘의 구상인 것으로 전해졌다. 진실 공방 속에서도 휴전 협상 불씨는 아직 살아있는 듯하다. TOI는 이스라엘 협상 대표단이 내부 협의를 위해 24일 귀국했지만, 진전이 있으면 카타르를 다시 방문하려는 입장이라고 전했다. 하마스도 "우리는 유연성을 보이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스라엘 예디오스 아로노스는 "현재로선 '며칠 내 즉시 합의'부터 '합의 불발'까지, 여러 가능성이 있다"며 불확실한 상황이라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