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변의 돌이 아빠처럼 따뜻해"...마도로스 아빠, 당신은 나의 바다

입력
2024.10.11 14:00
11면
[책과 세상]
이경아 그림책 '아빠, 나의 바다'

'마도로스'로 불리는 외항 선원은 한국 경제 발전의 숨은 역군이었다. 원양어선이나 상선을 타고 세계의 바다를 누비며 달러를 벌었지만 가족과 떨어져 지내야 하는 외로운 직업이기도 했다. 마도로스 아버지는 자녀들에겐 가보지 못한 나라의 이야기를 전해주는 창이자 절절한 그리움의 대상이었다.

이경아 작가의 그림책 '아빠, 나의 바다'는 마도로스 아빠를 그리워하는 주인공이 상상을 통해 위안을 얻고 성장해 가는 이야기다.

책은 "우리 아빠는 마도로스예요. 푸른 바다 한가운데를 넘나든대요"라며 아빠가 들려준 바다 이야기를 전하는 아이의 목소리로 시작한다. 아빠가 돌아오기를 기다리는 아이는 그리움이 밀려올 때마다 소라 껍데기와 낯선 인형 등 아빠가 준 선물을 꺼내 보며 쓰라림을 달랜다. 바다 너머 또 다른 세상의 모습이 궁금할 때면 아빠가 알려 준 대로 두 손을 모아 귀에 대고 바닷소리를 듣는다. 아이는 아빠의 사진에서 본 먼 나라의 해변을, 갑판 위를 아빠와 함께 누비는 상상을 한다. 상상 속 해변에서 발견한 조개와 돌에서 아빠 냄새를 느낀 아이는 "돌은 아빠처럼 따뜻해요"라고 말한다. 곁에 없었지만 사랑만은 한결같았던 아빠의 마음을 깨달은 아이가 소녀에서 성인으로 성장하는 모습으로 책은 마무리된다.

지난해 제정된 '창비그림책상' 수상작으로, 저자의 어린 시절 경험을 담았다. 이 작가는 "인생의 반을 물 위에서 산 마도로스 아빠가 들려준 바다 이야기 덕분에 어린 저는 미지의 세상을 꿈꾸게 되었습니다"라고 적었다. 강렬한 색감과 거침없는 붓질의 유화가 광활한 바다를 실감나게 묘사한다.


김소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