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과 명태균씨 만남과 관련해 기초 사실관계를 확인해줄 뿐, 달리 다른 대응을 하긴 어렵지 않겠나."
여권 관계자가 9일 전한 대통령실 분위기다. 공천개입 의혹 핵심 인물인 명태균씨가 잇따라 윤 대통령 부부와의 관계를 폭로하며 '대통령 탄핵'까지 운운하는데도 대통령실이 무기력하게 대응한다는 지적이 커지고 있다. 대선 전 이뤄진 명씨와 윤 대통령과의 만남을 현재 참모들이 구체적으로 파악해 일일이 반박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물론 대통령실은 '윤 대통령 부부에게 정치적 조언을 해왔다'는 명씨의 폭로를 '정치 브로커의 허무맹랑한 주장'이라고 확신한다. 전날 명씨와 관련한 첫 공식 입장에서 △2021년 7월쯤 두 명의 정치인이 자택으로 함께 찾아와 만남을 가졌지만 △이후 당 대통령 후보 경선(2011년 11월 5일) 전 명씨와 거리를 두라는 주변의 조언이 있었고 △이후 대통령은 명씨와 연락한 사실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이에 대통령실 관계자는 “경선을 지나 본격 대선 국면이 되면 정치인이라고 하더라도 대통령 후보를 직접 보는 게 어렵다"면서 "초기에 (명씨를) 몇 번 봤을 수 있지만 이내 다 정리가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윤 대통령의 대선 캠프에 참여했던 여권 관계자는 “당시 명씨의 존재를 알지 못했고, 명씨가 주장하는 여론조사든 보고서든 후보자나 캠프에 올렸다면 캠프 차원에서 다 파악이 됐겠지만 금시초문"이라고 말했다. 캠프에 관여했던 또 다른 관계자는 “역대 대통령들은 핵심 측근, 2인자 정치인을 두고 진용을 주변 인적 구성을 짜기 때문에 이른바 정치꾼들을 걸러낼 수 있었지만 윤 대통령은 그렇지 않았기 때문에 초기엔 소개를 받아 사람들을 두루 만났고, 명씨도 그런 사람 중 하나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럼에도 '탄핵' '하야'를 운운하며 윤 대통령 부부를 협박하는 상황은 상식 밖이다. 대통령실의 소극적 대응은 의혹을 키우고 있다. 그간 '바이든 날리면' 논란, 천공 개입 의혹 등에 대해 법적조치로 강경대응한 것과 대조적이다. 백혜련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KBS라디오에 나와 "대통령실의 반응이 정말 '드라이'하다"며 "그간 무슨 일만 있으면 대통령이 격노했다는 뉴스가 많았는데, 이 사안은 격노에 격노를 해야 할 사안"이라고 꼬집었다. 이준한 인천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통화에서 "'탄핵'이니 '하야'니 이런 얘기가 나왔는데도 대통령실이 가만히 있다라고 하는 것은 그만큼 (의혹에 대한 대응이) 취약한 것"이라면서 "뭉개고 시간만 지체하는 모습으로 보일 것"이라고 지적했다.
대통령실은 전날 입장문에서 "대통령은 명씨와 문자를 주고받거나 통화한 사실이 없다고 '기억한다'"고 짧게 밝혔다. 순방 중인 윤 대통령의 기억을 토대로 대응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한 관계자는 "여사 역시도 명씨가 수차례 문자를 보내면 거기에 한 번 정도 원론적인 답변을 보낸 게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대통령실은 이날까지 김 여사와 명씨가 나눈 메시지와 관련해선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