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태균 "빌려준 돈 받았다"던 6000만 원… 김영선 재산신고엔 '채무 0원'

입력
2024.10.09 12:00
22년 재보선 이후 재산 공개 내역 확인
사인 간 채무 기재 필수 사항에도 누락
野, "'공직자윤리법 위반'... 해명해야"
김영선 전 의원과는 연락 닿지 않아

“빌려준 돈 6,000만 원 돌려받은 것도 문제가 되나요”(명태균 미래한국연구소 소장 페이스북)

김건희 여사의 공천개입 의혹 관련 핵심 인물로 지목된 명태균 미래한국연구소 소장은 2022년 재보궐선거 당시 김영선 전 국민의힘 의원과의 금전 거래를 ‘빌려준 돈 받은 것’이라고 주장해왔다. 김 전 의원도 ‘회계 담당 직원이 빌린 돈’이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정작 김 전 의원은 국회의원 당선 후 이를 재산신고에 반영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검찰은 두 사람의 돈 거래를 ‘공천 대가’로 의심하고 있는데, 실제 채무관계였다고 해도 재산신고 누락 자체가 공직자윤리법 위반 사유라는 지적이 나온다.

국회사무처가 공개한 2022년 국회공직자 재산변동사항 공개목록을 9일 살펴봤더니, 김 전 의원은 2022년 재보선 후 첫 재산공개에서 ‘사인 간 채무’를 별도로 신고하지 않았다. 2022년 6월 1일 보궐선거로 당선된 김 의원은 당선이 확정된 6월 2일을 기준으로 첫 재산등록을 했고, 이 자료는 9월 27일 공개됐다.

검찰은 김 전 의원이 재보선 후 회계책임자인 강혜경씨를 통해 명씨에게 6,300만 원을 건넨 정황을 포착해 수사를 진행 중이다. 이를 두고 명씨는 “빌려준 돈을 돌려받은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 전 의원도 회계책임자인 강모씨를 통해 빌린 돈이라고 주장했다.

두 사람 주장대로 ‘빌린 돈’이었다면 공직자윤리법상 당선 직후 공개한 김 전 의원의 채무에 반영해야 한다. 검찰이 파악한 정황대로 김 전 의원이 8월부터 세비 절반을 전달했다고 하면, 이보다 2개월 전인 재산등록 당시에는 명씨 혹은 회계책임자인 강씨로부터 빌린 원금은 신고 대상이다.

공직자윤리위원회가 재산신고 대상자에 배포한 재산신고 안내서를 보면 재산공개 대상인 국회의원은 사인 간 채무가 있으면 취득일자는 물론 채권자와 어떤 관계인지, 무슨 목적으로 빌렸는지(취득 경위)까지 상세히 기재해야 한다. 하지만 재산공개 목록을 보면 김 전 의원은 본인과 아버지의 금융채무 13억4,135만 원만 신고했다.

국회사무처는 “채무는 소유자별로 합계액이 1,000만 원 이상인 경우 모든 채무를 신고해야 한다”며 “재산등록기준일 기준으로 상환되지 않은 사인 간 채무가 있을 경우 발생사유와 일자, 채권자와의 관계를 상세히 기재해 신고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명 씨 측은 회계책임자 강씨에게 빌려준 돈이기 때문에 김 전 의원과는 무관하다는 입장이다. 미래한국연구소 역시 자문역할을 했을 뿐, 관계가 없다며 선을 긋는다. 실제 미래한국연구소 등기의 '임원에 관한 사항'을 보면 김 전 의원과 강 씨 등이 임원으로 올랐다 말소된 흔적이 있지만, 명씨의 이름은 없다.

강씨 측도 2022년 보궐선거 기간 당시 미지급금, 사비로 대신 지급한 정치자금 등을 돌려받은 것이고, 아직도 이와 관련한 정산이 마무리 되지 않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강씨가 김 전 의원에게 보낸 내용증명을 보면 명 씨는 보궐선거 기간 중 강 씨에게 5,730만 원을 입금했다. 명씨가 '강씨에게 빌려준 돈'이라고 밝힌 근거다. 강씨는 앞서 유튜브 스픽스에 출연해 "법원에서 해결하자. 판사가 이 금액에 대해 판단할 테니 법적으로 하자며 내용증명을 보냈다"고 밝혔다.

다만 ‘채무 상환’이라는 명씨 주장은 검찰이 수사하고 있는 공천 대가 의혹(공직선거법 위반)을 피하기 위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당시에 공직자윤리법 위반을 감수하면서 채무 등록을 누락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김 전 의원의 해명을 듣고자 수차례 연락을 취했으나, 휴대폰 전원을 꺼둔 상태여서 연락이 닿지 않았다. 더불어민주당 관계자는 "김 전 의원과 명씨 간의 돈거래는 결국 공천을 위한 불법적 뒷거래로 공직선거법을 위반한 것"이라며 "김건희 여사의 '공천개입' 의혹을 둘러싼 정황들이 드러나고 있는 만큼 검찰과 공수처는 하루빨리 수사를 통해 진실규명을 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박세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