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의 대규모 탄도미사일 공격에 대한 이스라엘의 보복 조치 중 하나로 거론되는 '이란 핵 시설 타격'의 현실화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분석이 나왔다. 현실적으로 미국의 조력 없이 이스라엘군이 단독으로 이란 핵 시설 공격을 하기는 불가능한데, 미국 정부의 '반대'가 워낙 완강하기 때문이다. 물론 이와 별개로 이란의 핵 능력에 대한 우려는 점점 고조되고 있어 상황의 급반전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
7일(현지시간) 미국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이스라엘의 이란 핵 시설 공격 시나리오는 이스라엘 내부는 물론, 미 정치권에서도 '화두'로 떠올랐다. 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날 보수 성향 라디오 '휴 휴잇 쇼' 인터뷰에서 "이란은 미사일 187기(실제로는 181기)로 그들(이스라엘)을 공격했기 때문에 그들도 (이란 핵 시설을) 공격할 자격이 있다"고 말했다. 지난 3일 "이스라엘이 이란 공격에 대응할 권리가 있으나, 비례적으로 대응해야 한다"며 이란 핵 시설 타격을 반대한 조 바이든 대통령 발언을 반박한 것이다.
그러나 결론부터 말하자면 실현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게 중론이다. 이스라엘은 지난 4월 이란의 사상 첫 본토 공습에 대한 대응 차원에서 이란 이스파한주(州) 북부 나탄즈 주변 공군 기지 인근 방공 레이더를 타격했다. 나탄즈에는 이란 핵 프로그램의 핵심인 우라늄 농축시설이 있다는 점에서 당시 '이스라엘이 언제든 이란 핵 시설을 폭격할 수 있다는 경고장'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하지만 프랭크 매켄지 전 미국 중부사령관은 6일 미국 CBS방송에 "이란 핵 시설은 공격하기 매우 힘든 목표물"이라며 "우리(미국)는 이를 실행할 특별한 능력이 있지만, 이스라엘엔 없다"고 잘라 말했다. 구체적 이유를 설명하진 않았다.
이스라엘의 이란 핵 시설 타격에는 미국의 지원이 필수적이라는 분석이 많다. 2002년 이란의 핵 개발 사실이 알려진 뒤, 이스라엘의 '22년간 숙원 과제'인 이란 핵 무력화 전략의 중심은 공군 전력이다. 양국 간 거리(약 2,000㎞)를 감안할 때, 이스라엘로선 공중급유기가 필요한데 지금은 노후 기종인 보잉 707 기반 항공기에만 의존하는 '한계' 탓이다. 2020년 신형 모델 KC-46 공중급유기 8대를 미국에서 구매했지만, NYT는 "이스라엘 인도까지는 수년이 걸릴 것"이라고 짚었다. 신문은 그러면서 "이란 에너지 인프라 공격이 가장 유력한 이스라엘의 선택지"라는 매켄지 전 사령관 발언을 인용했다.
다만 이란의 핵 시설·능력을 둘러싼 우려는 커지고 있다. 우선 이란과 러시아 간 밀착으로 러시아의 핵무기 제조 기술이 이란에 유입될 가능성이 있다. 또 이란이 '벙커버스터'로 불리는 GBU-57의 파괴력을 견딜 수 있도록 땅속 깊이 새로운 핵 시설을 만들고 있다는 추정도 나온다. NYT는 "이스라엘 내부에서도 이란의 핵 능력이 상당히 진전돼 있다는 사실을 인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