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주택 사전청약 후 본청약이 1년 이상 지연된 사업장이 또 나왔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와 경기 부천시가 땅값을 놓고 다투느라 착공조차 못 했다. 민간 토지 보상이나 공사비 문제가 아니라 공공 간 갈등에 발목을 잡힌 것이다.
10일 공공사전청약피해자모임에 따르면 경기 부천역곡지구 A2블록(사업장) 사전청약 당첨자들은 지난주 LH로부터 본청약을 미룬다는 통지문을 받았다. 본청약은 내년 3월에서 2026년 9월로, 입주는 2027년 10월에서 ‘본청약 시 안내하는 시기’로 연기됐다. 이마저 더 늦어질 수 있다. LH는 ‘사업 추진 과정에서 불가피한 일정 변경 사유가 추가 발생할 수 있다’고 고지했다. 이곳에는 LH 신혼희망타운 분양주택 999호와 임대주택 500호가 들어설 예정이다.
본청약 연기 사유는 ‘보상 지연’이다. LH가 부천시가 소유한 A2블록 토지를 수용하는 과정에서 문제가 불거진 것이다. LH는 토지보상법에 따라 시유지를 무상으로 수용하겠다고 나선 반면, 부천시는 돈을 받고 매각하겠다는 입장이다. LH는 인허가권을 가진 지방자치단체를 존중해 장기간 협의를 진행했지만 끝내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LH는 최근 토지를 강제 수용하는 절차(수용재결)를 밟기로 결정했다.
파장은 부천역곡지구 전체로 번졌다. 국토교통부는 8일 부천역곡 공공주택지구 지구계획 변경을 승인했다. 사업 종료 시기를 내년 12월에서 2028년 6월로 2년 이상 늦춘 것이다. 보상 지연과 공사 기간 확대, 공공주택지구 내 공공시설 측량 및 공공시설물 인수인계가 사유였다.
LH는 수용재결을 결정한 만큼 후속 공정에 속도를 내겠다는 입장이다. LH 관계자는 “시유지에서 이런 문제가 생길 것이라고는 상상하지도 못했다”며 “LH가 토지를 받아 개발하고 다시 기부채납하는 것이 보편적인데 이번처럼 지자체가 돈 주고 땅을 사라는 경우는 처음”이라고 털어놨다.
당첨자들은 황당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원주민 토지 보상이 지난해로 사실상 마무리됐다는 소식에 본청약만 기다렸는데 공공끼리 다툴 줄은 몰랐다는 것이다. 분양가가 갈수록 오르는 상황도 부담이다. 남대원 부천역곡A2블록 사전청약 당첨자 대표는 “국토부와 LH가 노력하겠다는 말과 달리 사업을 지연시키고 있다”며 “원주민 보상 문제도 아니고 두 집단의 싸움에 사전청약 당첨자만 피해를 보게 됐다”고 하소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