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SK그룹 회장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의 이혼 소송에서 불거진 '노태우 전 대통령 비자금 의혹'과 관련해, 노 전 대통령 측이 200억 원대 차명 보험을 통해 비자금을 숨겼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8일 국회 법제사법위원장 정청래 의원이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노 전 대통령 부인 김옥숙 여사는 2000년부터 2001년까지 차명으로 농협중앙회에 210억 원의 보험료를 납입했다. 보험료 납입 시작점은 김 여사가 1998년 4월과 1999년 2월, 노 전 대통령 비자금에 대한 메모를 작성한 직후다. 당시 노 전 대통령 측은 추징금 884억 원을 미납하고 더 이상 돈이 없다고 호소했다.
김 여사의 차명 보험은 2007년 국세청 조사에서 적발됐다. 김 여사는 이 보험의 성격을 두고 "기업이 보관하던 자금 112억 원, 보좌진과 친인척 명의 43억 원, 현금 보유액 11억 원 등을 합한 돈"이라고 소명했고, 국세청은 별도 조치를 취하지 않고 확인서만 받았다고 한다. 정 의원은 "차명계좌에 보관되던 은닉자금을 모아 차명으로 다시 은닉한 것은 명백한 금융실명제법 위반"이라며 "국세청은 확인서만 받고 아무런 조치 없이 묵인했다"고 주장했다.
이밖에 김 여사는 장외 주식거래와 관련해서 2008년 검찰 조사를 받았다고 한다. 당시 김 여사는 "비서관을 통해 장외주식 거래를 했다"면서 "정기예금으로 가지고 있던 4억 원으로 시작한 것인데 얼마 동안 어떻게 증식됐는지 정확히 알지 못한다"고 진술했다. 정 의원은 "검찰이 김 여사의 소명을 받아들여 별도의 수사를 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노 전 대통령의 추가 비자금 의혹은 최 회장과 노 관장의 이혼 소송 과정에서 불거졌다. 이혼 재판에 김 여사가 작성한 비자금 메모가 제출됐다. 현재 서울중앙지검 범죄수익환수부(부장 유민종)는 비자금 은닉 관련 고발장을 접수한 뒤 수사 여부를 검토 중이다. 정청래 의원은 "노 전 대통령이 추징금 납부는 외면한 채 은닉자금을 세탁·은닉하고, 주식 투자 등을 통해 계속해서 비자금 증식에만 몰두해 온 증거가 드러났다"며 "노태우 일가가 은닉하는 불법 비자금의 행방을 모두 수사해 반드시 환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