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피폭사건 종결 2주도 안 돼 국립암센터 피폭... 방사선기기 관리부실 곳곳에

입력
2024.10.08 14:23
올해 두 번째 피폭 사고... 이번엔 병원
사람 있는 줄 모르고 선형가속기 가동
병원 측 "방사선량 연간 한도 안 넘어" 
보고·병원이송 시점 등 사실 확인 필요

국립암센터 소속 방사선사 한 명이 7일 피폭되는 사고가 일어났다. 이날은 삼성전자 근로자 두 명이 피폭된 사건에 대해 당국이 최종 조사 결과를 발표한 지 11일째 되는 날이었다. 방사선 기기 관리·감독에 만전을 기하겠다던 원자력안전위원회의 방침이 현장에 전달되지 않고 있는 것 아니냔 지적이 나온다.

원안위에 따르면 7일 낮 12시 50분쯤 경기 고양시 국립암센터에서 방사선사 한 명이 선형가속기실에 머물던 중 선형가속기가 가동됐다. 국립암센터가 5대를 운영 중인 선형가속기는 방사선을 이용해 암세포를 사멸시키는 치료기기로, 방사선의 용량이나 용도를 고려해 신고가 아닌 허가 장치로 분류돼 있다.

국립암센터는 8일 보도자료를 통해 외부 업체 직원이 선형가속기 수리 후 테스트하는 과정에서 내부에 방사선사가 있는 줄 모르고 가속기 빔을 조사하는 바람에 사건이 발생했다고 밝혔다. 피폭된 근로자는 선형가속기가 가동되는 소리를 듣고 곧장 뛰어나왔기 때문에 방사선에 노출된 시간은 수초 정도인 것으로 추측된다. 피폭자는 아직 특이한 증상이 나타나지는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증상이 곧바로 나타나지 않는 피폭 피해 특성을 고려해 원안위는 해당 방사선사를 관찰·조사 중이다.

국립암센터는 "방사선안전관리자 평가 결과, 방사선 작업 종사자의 연간 선량한도인 20밀리시버트(m㏜)를 넘지 않는 수준의 피폭이 예상된다"며 "피폭자 건강에 심각한 위해를 끼칠 만한 정도는 아닌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방사선 피폭 사건은 올해만 두 번째다. 지난달 26일 원안위가 삼성전자 기흥사업장 피폭 사건을 조사한 결과를 내놓은 이후 2주도 채 되지 않은 시점에 유사한 일이 또 발생했다. 당시 문제가 된 방사선 기기는 허가가 아닌 신고 대상이었는데, 원안위는 모든 기기를 적절히 관리할 필요가 있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이달 초부터 전국 대학과 연구기관에 대한 실태 점검에 나섰다. 국립암센터는 여기에 속하지는 않지만, 허가 대상 방사선 기기를 다루는 허가 기관으로서 매년 정기 검사를 받고 있다. 원안위의 방사선 안전 관리·감독이 현장에서 제대로 작동하고 있는지 짚어봐야 할 대목이다.

철저한 사실 확인이 필요한 부분도 있다. 방사선 사용 기관은 비정상적인 피폭이 발생한 경우 즉시 원안위에 보고해야 하는데, 국립암센터의 보고는 사건 당일 오후 5시 22분쯤 이뤄졌다. 가속기 가동 후 약 4시간 반이 지난 시점이다. 피폭자는 보고 이후에야 병원으로 이송됐고,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KINS) 전문가 파견은 그 뒤 오후 6시 30분쯤 이뤄졌다.

원안위는 △피폭자의 피폭선량평가와 더불어 △피폭자가 선형가속기실에 머문 이유 △내부에 사람이 있는데도 선형가속기가 가동된 이유 △피폭을 인지한 뒤에도 보고가 오후 5시 넘어 이뤄진 이유 등에 대해 조사를 통해 밝혀 나간다는 계획이다. 원안위 관계자는 "KINS의 사건 조사와 피폭자 조사를 통해 상세 경위를 파악할 것"이라며 "사건 초기인 만큼 차분한 사실 관계 파악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덧붙였다.

오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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