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승우·김유정·유승호… 연극계가 빠진 스타 파워

입력
2024.10.13 17:05
연극계가 톱스타들 기용하는 이유는?
대극장 전석 매진, 스타들의 티켓 파워 톡톡
스타와 팬, 그리고 연극 제작사 니즈 맞닿아
소외 받는 소극장 향한 우려도

최근 배우 조승우의 24년만 연극 도전 소식이 전해졌다. 그간 뮤지컬 캐스팅 1순위로 불렸던 조승우의 이례적인 행보다. 앞서 전도연 김유정 유승호의 연극이 연일 매진에 성공했고 앞으로도 스타들의 연극 기용이 적극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콘텐츠 제작 환경 축소와 배우들의 활동 의지 등 여러 상황이 맞물리면서 나타난 나비 효과다.

최근 제작비 축소 등으로 드라마와 영화 시장이 위기를 맞이하면서 아직 공개되지 못한 작품만 수십 편으로 전해진다. 이 가운데 뮤지컬과 연극 업계는 MZ세대의 뜨거운 반응을 일으키며 호황을 맞았다. 이에 스타들이 새로운 돌파구로 연극을 선택하는 중이다. 과거 폐쇄적이었던 연극가도 스타 기용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추세다. 앞서 전도연이 출연한 연극 '벚꽃동산'은 1,300석을 한 달여간 매진시키는 성과를 기록했다. 황정민이 2년 만에 연극 복귀작으로 택한 '맥베스'는 연이은 매진에 이어 추가 회차를 오픈했고 유료 점유율 99%, 총 객석 점유율 102%를 기록하며 흥행에 성공했다.

특히 24년만에 연극에 나선 조승우의 소식은 많은 이들을 깜짝 놀라게 했다. 그간 영화와 드라마, 뮤지컬 등 활발하게 활동했던 조승우는 '햄릿'으로 활동 영역을 확장한다. 앞서 뮤지컬로 이미 티켓파워가 입증된 조승우를 보기 위해 '햄릿'을 찾을 팬들이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스타 마케팅이 티켓 파워를 톡톡히 발휘하는 선례가 이어지자 연극 제작사들은 발 빠르게 배우들을 잡기 위해 행동하고 있다.

스타들은 연극으로 새로운 이미지를 만들며 경험을 쌓고, 필모그래피를 채운다. 유승호는 연극 '엔젤스 인 아메리카'에서 게이 캐릭터를 맡으며 사회적 소수자가 겪는 차별과 상처를 연기로 표현, 호평을 받았다. 배우의 기존 이미지를 중시하는 영화나 드라마 대본보다는 연극의 실험적인 대본이 더욱 배우의 성장에는 큰 도움이 될 터다. 유승호에게 '엔젤스 인 아메리카'는 큰 도전이었지만 연기적 커리어를 확실하게 쌓는 기회가 됐다.

제작사 입장에서는 고물가 시대 속 치솟는 무대 제작비를 스타 기용으로 손익을 충당할 수 있다. 업계에 따르면 배우 출연료에 대한 부분이 일부 조정이 가능한 것으로 전해진다. 연극 제작사들 입장에서는 또 특정 배우의 팬은 무대 속 스타를 만날 수 있다. 이처럼 배우, 제작사, 팬들 모두 각자의 니즈가 맞닿으며 지난해 공연 시장 규모가 1조 원(예술경영지원센터 공연예술통합전산망 기준)를 돌파하는 현상이 나타났다.

이는 비단 국내의 이야기만은 아니다. 할리우드에서도 비슷한 사례가 빈번하게 이어지고 있다. 외신에 따르면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는 연극 '맥닐', 조지 클루니는 '굿나잇 앤 굿럭', 키아누 리브스는 '고도를 기다리며' 무대에 오른다.

다만 부작용도 있다. 매년 상승하는 티켓 가격이나 일부 매체 배우들의 어색한 무대 연기 톤 등이 연극 팬들 사이에서 불만으로 제기되고 있다. 또 소자본 연극을 보려는 관객들이 줄어들면서 양극화가 더욱 심화되고 있다. 스타 배우들의 무대 활약 속 소극장들의 소외 현상은 더욱 악화되고 있다.

우다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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