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도시의 사랑법'·'폭설'…영화에 녹아든 동성애 이야기

입력
2024.10.12 03:30
'대도시의 사랑법', 동시기 개봉작 박스오피스 1위
일부 관객 불만 토로 "로코물 기대하고 보면 깜짝"

동성애 이야기가 녹아든 작품들이 극장가를 찾고 있다. 이미 개봉한 '대도시의 사랑법'에 이어 '우리는 천국에 갈 순 없지만 사랑은 할 수 있겠지'와 '폭설'까지 관객들을 만난다.

'대도시의 사랑법'은 지난 1일 개봉했다. 이 작품은 눈치보는 법이 없는 자유로운 영혼의 재희와 세상과 거리두는 법에 익숙한 흥수가 동거동락하며 벌어지는 일들을 그렸다. 김고은이 재희 역을, 노상현이 흥수 역을 맡아 열연을 펼쳤다. 두 사람은 안정적인 연기력을 바탕으로 캐릭터를 그려냈다. 작품은 동시기 개봉작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하는 등 제법 뚜렷한 존재감을 드러냈다.

시선을 모으는 점은 주인공이 동성애자라는 사실이다. 주요 포털 사이트를 통해 공개된 줄거리, 포스터만 보고 재희와 흥수의 로맨스를 기대했던 많은 관객들은 놀라움을 내비쳤다. 포털 사이트에는 이 작품과 관련해 '재희가 눈길은 가지만 특별히 흥미는 없던 흥수에게 위기가 찾아온다. 누구에게도 절대 들키고 싶지 않은 비밀을 하필 재희에게 들켜버린 것! 하지만 그 과정에서 재희와 흥수는 알게 된다. 서로가 이상형일 수는 없지만 오직 둘만 이해할 수 있는 모먼트가 있다는 것을'이라고 소개돼 있다. '들키고 싶지 않은 비밀'이라는 단서가 있지만 흥수가 동성애자라는 점을 짐작하긴 어렵다.

관객 반응 어떤가 보니

많은 부모들이 음식에 아이가 편식하는 식재료를 몰래 넣고, 맛있게 먹을 때까지 그 사실을 알려주지 않는다. '대도시의 사랑법'이 포스터와 포털 사이트 줄거리에 동성애 이야기를 넣지 않은 것도 선입견을 지우기 위해서일까. 작품 측 홍보 관계자는 본지에 "세상에서 소외된 남녀가 만나 서로를 이해하고 세상에 받아들여지는 과정을 보여주고자 했다. 시놉에 너무 구체적인 내용을 넣지 는 않았다. 스토리를 전체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틀을 넣고 세부적인 부분은 영화를 보며 확인해 재미를 얻도록 하고자 했다"고 말했다. 또한 "원작인 소설이 워낙 잘 알려져 있다. (동성애 코드가) 영화를 보면 관객들이 당연히 받아들일 수 있는 부분이기도 하다. 감추려는 의도는 없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일부 네티즌들은 온라인 커뮤니티에 '대도시의 사랑법'에 대한 불만글들을 게재했다. "흔한 로코물을 기대하고 봤다가 놀라는 분들이 많을 것 같다" 등의 이야기가 있었다. '대도시의 사랑법'은 동성애와 관련해 "네가 너인 게 약점이 될 수 없다"는 따뜻한 메시지를 전하지만, 포털 사이트의 줄거리나 포스터만으로는 주요한 소재를 짐작할 수 없게 함으로써 일부 관객에게는 반감을 샀다. 차라리 동성애 코드가 있다는 점을 관객들에게 미리 알리고, 이 영화가 갖는 의미에 대해 충분히 설득했다면 더욱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지 않았을까.

개봉 앞둔 '우천사'·'폭설'

10월에는 유독 많은 동성애 코드 작품들이 대중을 만난다. 오는 16일 개봉하는 '우리는 천국에 갈 순 없지만 사랑은 할 수 있겠지'에서는 두 소녀 주영과 예지의 로맨스가 펼쳐진다. '오징어 게임' '지금 우리 학교는' '힘쎈여자 강남순' 등의 드라마로 강렬한 인상을 남겼던 이유미는 '우리는 천국에 갈 순 없지만 사랑은 할 수 있겠지'의 예지 역을 통해 또 한 번 새로운 얼굴을 보여줬다. 주영 캐릭터는 박수연이 소화했다.

'폭설'은 하이틴 스타 설이와 운명처럼 가까워진 배우 지망생 수안이 서로에게 솔직하지 못해서 엇갈렸던 시절을 지나 다시 서로를 찾아가는 사랑 이야기를 그린다. 한소희가 설이를, 한해인이 수안을 연기했다. 오는 23일 개봉한다.

정한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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