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승전 '김건희' '이재명'으로 닻 올린 '끝장국감'...민생엔 관심도 없었다

입력
2024.10.07 20:20
尹 정권 '명운' 22대 국회 첫 국정감사 
野 김건희 심판본부 띄우며 총공세 
공천 농단·관저 게이트 등 의혹 몰아쳐
與 이재명 사법리스크 겨누며 흔들기 
여야 정쟁에 민생 정책 국감은 실종 우려


22대 국회 첫 국정감사가 7일부터 26일간의 레이스에 돌입했다. 민생 경제 안보 등 다방면에서 위기의 경고등이 울리고 있지만, 여야는 첫날부터 김건희와 이재명 때리기에만 집중했다.

야당은 특히 임기 반환점도 지나지 않은 대통령의 탄핵을 입에 올리며 김건희 여사 관련 의혹을 몰아치며 정권 비판에 집중했다. 국정농단의 스모킹건을 찾아내 "윤석열 정권을 끝장내겠다"는 전략이다. 여당도 "끝장내야 할 것은 민주당의 입법 폭주와 방탄 국회"라며 맞불을 놓았다. 이재명 대표 사법리스크도 맞대응 카드로 내밀었다.

기승전 '김건희'... 명태균·김대남 '공천 거래' 의혹 일파만파

더불어민주당은 국감 첫날에 맞춰 김 여사 의혹을 전담해 파헤치는 '컨트롤타워'인 김건희 심판본부(김건희 가족비리 및 국정농단규명 심판본부)를 띄웠다. 국감 기간 각 상임위별로 제기되는 김 여사 의혹을 총망라해 특검과 국정조사까지 끌고 가겠다며 선전포고에 나선 것이다. 본부장을 맡은 김민석 의원은 "선출되지 않은 권력이 실세가 되니 나라에 망조가 들었다. 김 여사가 물러나야 한다는 국민의 요구를 무겁게 받아안겠다"며 '김건희 아웃'을 심판본부의 목표로 내걸었다.

이날 야당 의원들의 국감 질의도 기승전 '김건희'였다. 10개 상임위원회 국감에서 김 여사 의혹이 거론되지 않은 곳이 없을 정도였다. ①명태균 텔레그램으로 불거진 공천 개입 의혹은 윤석열 대통령 부부의 정치자금법 위반 논란으로까지 일파만파 커지는 분위기다.

공천 개입 의혹은 이날 법제사법위원회 국감에서 집중적으로 다뤄졌다. 야당은 '명태균씨가 윤 대통령에게 (대선 기간) 제공한 여론조사의 대가로 김영선 전 의원 재보궐 공천을 받았다'는 폭로를 고리 삼아 정치자금 부정 수수 의혹을 정조준했다.

김용민 민주당 의원은 "(명씨가 운영하는) 미래한국연구소는 국민의힘에 수차례 여론조사를 의뢰 받고도 단 한 차례도 돈을 받지 않았다"며 여론조사 비용 대가로 공천 장사를 한 것 아니냐고 몰아세웠다. 법사위는 관련 주장을 폭로한 김영선 전 의원실 회계책임자도 증인 채택에 나설 방침이다. 야당은 '한동훈 공격 사주' 의혹이 있는 김대남 전 대통령실 행정관의 공기업 낙하산 인사 배후에도 김 여사의 입김이 작용했다고 보고, 이른바 '공천 농단' 의혹으로 판을 키워갈 태세다.

관저 증축 특혜 의혹 증인 불출석에 성수동까지 쫓아가

②관저 불법 증축 의혹도 집중 타깃이 됐다. 김 여사와 친분이 두터운 21그램이라는 영세 인테리어 업체가 대통령 관저 공사를 경쟁 없이 수의계약으로 따냈다는 특혜 논란이 핵심이다. 야당은 21그램 김태영 대표 등을 행정안전위원회와 국토교통위원회 국감 증인으로 채택했지만 이날 모두 불출석했다.

야당 행안위 의원들은 업체 사무실이 있는 서울 성수동까지 동행명령장을 들고 쫓아갔지만, 문이 닫혀 발길을 돌렸다. 행안위 야당 간사인 윤건영 의원은 "불출석 증인에 대한 고발 조치 등 가용한 모든 수단을 동원해 반드시 지구 끝까지 쫓아가 증인으로 세울 것"이라고 엄포를 놨다.

문화체육관광위원회에선 김 여사가 지난해 10월 KTV 무관중 국악 공연을 둘러본 것을 두고 여야 간 공방이 오갔다. 야당은 "황제관람"이라 비판했지만, 여당은 문재인 전 대통령 부인 김정숙 여사의 인도 방문을 끄집어내 "황제의전"이라고 맞불을 놨다. 양평 고속도로 종점 변경 의혹과 관련해서도 야당은 김 여사가 대통령 전용 KTX 열차를 타고 이동했다는 특혜 의혹을 새롭게 제기했다.

與 이재명 흔들기에 집중... 정치공방에 사라진 민생

야당의 김건희 총공세에 맞서 여당은 '이재명 흔들기'에 집중했다. 국민의힘은 법사위에서 이 대표가 재판을 고의로 지연시키고 있다며 법원에 조속한 심리를 촉구했다. 공직선거법과 위증교사 혐의로 11월 1심 선고를 앞둔 이 대표를 압박하기 위한 전략이다.

여야가 정치 공방에 집중하면서 국정 전반에 대한 입법부의 견제는 자연히 뒷전으로 밀려났다. 당장 대법원을 상대로 한 법사위 국감에서 여야는 이 대표의 공직선거법 및 위증교사 혐의에 대한 검찰 구형의 적정성을 두고 종일 입씨름만 벌였다. 딥페이크 방지 정부 대책을 따져 물어야 할 과방위에서도 때아닌 법인카드 공방만 오갔다. 야당이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의 법카 유용 의혹을 문제 삼자 여당은 이 대표 부인 김혜경 여사의 법카 문제를 걸고 넘어진 것이다. 의정 갈등 해법에 머리를 맞대야 할 복지위에서도 여당은 '이재명 응급 의료 헬기 이송 특혜' 논란을, 야당은 김 여사 마포대교 순찰의 부적절성을 따지는 데 시간을 흘려 보냈다.

강윤주 기자
박준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