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기 품종 유기견은 추첨까지 한다는데… "믹스견, 중대형견 편견 버리길"

입력
2024.10.06 1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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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서울시 '제1회 동물가족 행복 페스타'
이형주·구낙현·정우열이 논한 인간과 동물의 관계


"믹스견, 중대형견에 대한 편견이 바뀌어야 유기견 문제도 해결될 것입니다."

6일 서울 광진구 뚝섬한강공원에서 한국일보와 서울시가 주최한 제1회 '동물가족 행복 페스타'가 열린 가운데 총 300여 명의 시민이 '동물 그리고 사람이야기 토크콘서트'를 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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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형주 동물복지문제연구소 대표가 '서울, 동물과 함께살기', 구낙현 귤엔터테인먼트 대표가 '세상에 그래도 되는 개는 없다', '올드독'이라는 필명으로 활동하는 정우열 웹툰 작가가 '우리가 펫로스(반려동물 상실 증후군)를 겪을 때 말해야 하는 것들'을 주제로 각각 시민들과 얘기를 나눴다.


구 대표는 제주 지역 내 방치해서 기르는 개들을 구조해 입양 보낸 경험을 공유했다. 그는 아이돌 그룹 콘셉트를 구조견 입양 홍보에 적용해 화제를 모은 바 있다. 구 대표는 "제주뿐 아니라 다른 지역에서도 인기 품종의 경우 입양 희망자가 많아 추첨을 통해 보내야 한다고 들었다"며 "하지만 보호소에 있는 대부분의 믹스견, 중대형견은 어리고 건강하고 성격이 좋아도 입양 기회조차 얻기 힘들고 안락사를 당하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실제 동물보호단체 동물자유연대가 올해 6월 농림축산검역본부의 동물보호관리시스템(APMS)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를 보면 품종견의 자연사율은 6.6%였지만 비품종견의 경우 23.6%, 안락사율 역시 품종견은 7.1%였지만 비품종견은 34.6%로 높았다.

구 대표는 "이른바 '시골개'는 털이 많이 빠지고 사납다고 여겨지면서 집밖에서 방치해 길러야 한다고 생각하는 분들도 있다"며 "하지만 아이돌 그룹 콘셉트를 적용해 홍보하니 고정관념이 쉽게 깨지는 걸 확인할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그는 "시골개들도 똑같이 사랑받고 보호받아야 할 존재"라며 "우리가 그들을 키우기 부적합하다고 평가하기 전에 그들에게 무엇을 경험하게 했는지 먼저 생각해보면 좋겠다"고 전했다.

이 대표믹스견, 중대형견 양육과 관련한 인식 개선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보호소에 있는 중대형견 입양을 고려하는 분들이 대부분 마당이 있어야 기를 수 있다고 생각하는데 그건 아니다"라며 "(소형견이든 중대형견이든) 모두 개별적 존재로 봐야 한다는 인식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한 이 대표는 유기동물 발생 원인을 짚었다. 그는 "매년 10만 마리가 넘는 유기 동물이 발생한다"며 "아무리 입양을 활성화한다고 해도 유기동물이 쏟아져 들어오는 상황에서는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너무 많은 동물이 태어나지 않도록 중성화 정책이 필요하다"며 "동물을 사지 않고 보호소를 찾는 문화가 자리 잡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점에서 이번 동물가족 행복 페스타가 의미 있다"고 덧붙였다.


웹툰 '노견일기'로 잘 알려진 정 작가는 1년 8개월 전 반려견 '풋코'가 스무 살의 나이에 세상을 떠난 경험을 토대로 시민들과 '펫로스'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정 작가는 수개월 동안 거동을 하지 못하고 치매를 앓던 풋코를 안락사로 떠나 보냈다.

정 작가는 "수의사가 약물로 고통을 관리할 수 없고, 먹는 것과 배변을 스스로 못하게 되고, 최소한의 삶의 질과 존엄성을 지킬 수 없을 때 (반려동물을) 떠나 보내는 때라고 했다"며 "조건에 부합했지만 이 상황이 맞는지 판단하기 쉽지 않고 갈등이 컸다"고 설명했다. 그는 "반려동물을 떠나 보낸 이들로부터 경험을 공유하고 싶지만 막상 얘기할 곳이 없다는 연락을 많아 받았다"며 "얘기를 함께 나눌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정 작가는 펫로스를 겪은, 겪고 있는 이들에 대한 조언도 잊지 않았다. 그는 "죄책감을 갖는 분들이 많이 있지만 우리는 반려동물뿐 아니라 모든 일에 완벽할 수 없다는 걸 인정해야 한다"며 "대신 행복한 기억을 공유하고 되살리면서 살아가는 게 좋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고은경 동물복지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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