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6일(현지시간) 오후 필리핀 수도 마닐라에 도착해 한국전 참전 기념비 헌화로 동남아 3국 순방 일정에 본격 돌입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필리핀 국빈 방문을 시작으로 5박 6일간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아세안) 정상회의 참석 등 일정을 소화할 예정이다. 특히 필리핀 방문에서는 무역 투자 확대 등 우리 기업을 지원하는 '세일즈 외교'에 힘을 쏟을 예정이다.
윤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는 이날 오전 경기 성남시 소재 서울공항에서 공군 1호기에 탑승해 필리핀으로 출발했다. 공항 환송식에는 정진석 대통령 비서실장을 비롯한 참모들과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등이 자리했다. 다만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는 부산 금정구청장 보궐선거 유세 일정으로 불참했다. 이날 오후 마닐라 니노이 아키노 국제공항에 도착한 윤 대통령 부부는 필리핀 의장대의 환영을 받으며 이상화 주필리핀 대사와 인사를 나눴다.
윤 대통령은 곧장 '마닐라 영웅 묘지'로 이동했다. '필리핀의 현충원' 격인 영웅 묘지에는 6·25전쟁 당시 한국에 급파된 필리핀 파병군 전사자 112명의 추모를 위한 기념비가 있다. 필리핀은 6·25전쟁 때 아시아에서 가장 먼저, 가장 많은 병력을 파견한 혈맹으로 꼽힌다. 윤 대통령은 한국전 참전 기념비에 헌화하고 묵념한 뒤 참전용사 5명과 후손을 격려했다. 윤 대통령이 한 참전용사에게 "기억나는 것 없으시냐"고 묻자, 그는 "2년 파병 기간 동안 율동전투 등 주요 전투에서 싸웠다"며 "한국전 참전이 자랑스럽다"고 답했다.
윤 대통령의 필리핀 국빈 방문은 이날부터 7일까지 1박 2일 일정으로 진행된다. 대한민국 정상의 필리핀 국빈 방문은 2011년 11월 이명박 전 대통령 이후 13년 만이다. 윤 대통령은 이번 필리핀 방문을 통해 우리 기업의 대형 인프라 사업 수주를 지원하는 등 적극적인 세일즈 외교를 전개할 예정이다. 특히 필리핀은 탄소중립 달성과 늘어나는 전력 수요 대응을 위해 1981년 이후 중단된 원전 건설 재개를 계획하고 있어 관련 논의도 이뤄질 전망이다. 또 공급망·에너지·방산·해양과 같은 미래지향적 분야의 협력 강화 방안에 대한 얘기도 오갈 것으로 예상된다.
윤 대통령 부부는 이날 저녁엔 필리핀 동포 200여 명과의 만찬 간담회에 참석했다. 윤 대통령은 "한국과 필리핀의 관계가 발전하는 과정에서 동포 여러분께서 늘 든든한 버팀목 되어주신 것에 대통령으로서 감사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7일에는 필리핀 정부 차원의 공식 환영식에 참석하고,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진행한다. 한-필리핀 비즈니스 포럼 일정까지 마무리하고, 같은 날 오후 두 번째 국빈 방문국인 싱가포르로 이동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