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해안 지역을 중심으로 창궐하고 있는 ‘벼멸구’ 때문에 정부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벼멸구로 인해 수확을 앞둔 벼가 말라 죽고 있는데 방제약도 소용이 없어서다. 집중호우에 이어 벼멸구 피해까지 겪게 된 농민은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
4일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1일 기준 전국 벼멸구 피해 논은 약 3만4,000㏊로, 여의도 면적(290㏊)의 117배에 달한다. 전남 1만9,603㏊, 전북 7,187㏊, 경남 4,190㏊, 충남 2,656㏊ 등이다. 최근에는 강원 지역에서도 벼멸구 피해 신고가 접수되고 있다.
벼멸구는 벼 줄기에 구멍을 뚫고 즙액을 빨아먹어 고사시키는 해충으로 6, 7월 사이 중국 남부에서 바람을 타고 우리나라로 날아온다. 문제는 올해 7~9월 내내 이어진 폭염 탓에 벼멸구가 더 많이 부화했다는 점이다. 통상 2회 정도 산란하는 벼멸구가 이번에는 평년보다 높은 기온에 3, 4회까지 부화해 피해가 커졌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은 이로 인해 쌀 생산량이 지난해보다 0.7~2% 감소한 363만~368만 톤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정부는 우선 지방자치단체와 협력해 집중 방제 조치에 나서고, 농가가 희망하면 피해 벼를 전량 매입해 농가 손실을 최소화하겠다는 입장이다. 송미령 농식품부 장관은 “본격 수확기를 앞두고 벼멸구가 대규모 발생해 농가 피해가 우려된다”며 “지자체‧기술센터‧농협 등 관계 기관은 긴밀히 협업해 공동 방제 및 기술 지도를 철저히 실시하고 피해 벼 매입을 차질 없이 이행해달라”고 당부했다.
농민들은 이번 피해를 ‘자연재해’로 인정하고, 피해 지역을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해달라고 요청하고 있다. 자연재해로 인정되면 파종을 다시 하는 비용(대파비)과 농약비 등 재해복구비를 지원받을 수 있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이번 피해가 자연재해로 인한 병충해에 해당하는지 인과관계를 살펴보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