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법 시행 여부를 당 지도부에 맡기기로 했다. 이재명 대표가 그간 금투세법 시행은 시기상조라는 입장을 피력해왔던 만큼 민주당은 법안 시행 시기를 미루는 쪽으로 가닥을 잡을 가능성이 크다.
노종면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4일 의원총회 이후 기자들과 만나 "금투세법 관련 논의를 진행한 결과 (금투세법 도입에 관한 당의 입장과) 그 결론을 내리는 시점을 지도부에 위임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금투세는 국내 주식 투자로 얻은 이익이 연 5,000만 원을 초과하면 초과액의 20%(3억 원 초과분은 25%)를 세금으로 거두는 제도다. 2020년 민주당 주도로 도입됐으나 두 차례 유예된 뒤 내년 1월 1일 시행을 앞두고 있다.
이날 의원총회가 금투세법에 관한 민주당의 최종 입장을 정하기 직전 마지막 자리였던 만큼 치열한 토론이 벌어졌다. 노 원내대변인은 "16명의 의원이 △시행 △보완 후 시행 △유예 △폐지로 나뉘어 의견을 이야기했다"며 "발언자들 중에서는 유예·폐지 쪽이 시행·보완 후 시행보다는 좀 더 많긴 했으나, 투표를 한 게 아니라 비중이 비슷했다고 보시면 될 것 같다"고 전했다.
임광현 의원 등 금투세법 시행 측은 △민주당이 금투세 도입을 약속했기 때문에 지켜야 하고 △유예·폐지 시 대기업 지배구조 개선 등을 골자로 하는 상법 개정을 추진할 카드가 없어진다는 점을 강조했다. 반면 안규백 의원 등 금투세법 유예·폐지 측은 증시가 좋지 않은 상황에서 금투세를 시행하는 건 경제적·정치적으로 부담이 크다고 맞섰다. 금투세법 폐지의 경우 금투세법 유예를 민주당이 추진했다가 정부·여당이 받아주지 않으면 오히려 정치적 책임이 커지는 상황이 우려된다는 취지의 주장도 제기됐다. 격론에도 의견이 좁혀지지 않자 전 당원 투표안까지 나왔지만 결국 지도부에 최종 결론을 맡기는 것으로 정리가 됐다. 이 대표는 토론을 경청했다고 한다.
당 안팎에서는 민주당이 금투세법 시행 시기를 유예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 대표는 "다른 나라에도 금투세가 있지만 우리나라는 '지금은 하면 안 된다'는 정서가 있다"며 금투세법 유예를 꾸준히 언급해왔다. 최근에는 김민석·이언주 최고위원이 공개적으로 금투세법 유예 가능성에 대해 언급을 하기도 했다. 이 경우 유예 기간이 쟁점이 되는데, 의원총회에서는 최소 2년에서 최대 4년까지 시행 시기를 미루자는 의견이 나왔다고 한다. 민주당은 이르면 다음 주 초 국정감사가 본격 시작되기 전에 당론을 최종 정리할 것으로 보인다.
당 안팎에서는 비판도 제기된다. 한 민주당 재선 의원은 "여야가 합의를 해서 도입한 법을 세 번이나 미루면 입법을 사실상 형해화하는 것"이라며 "다음에 어떤 법안이 제정돼도 불투명한 여론에 따라 시행 시기를 미루거나 폐지할 수 있다는 나쁜 선례를 만드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노 대변인은 "만약 유예 내지 폐지를 하게 되면 정면 돌파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