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바논 친(親)이란 무장 정파 헤즈볼라와 지상전에 돌입한 이스라엘군이 전방위 맹폭을 벌이고 있다. 레바논 전역은 물론, 가자지구와 서안지구, 심지어 시리아로도 공습 범위를 넓혔다. 특히 최근 숨진 헤즈볼라 수장 하산 나스랄라의 후계자를 겨냥한 표적 공습까지 감행했다. 가자·서안 폭격에 따른 사망자는 24시간 동안 100명이 넘었다.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3일(현지시간) 익명의 이스라엘 관리들을 인용해 "이스라엘군이 나스랄라의 유력한 후임자로 지목돼 온 하셈 사피에딘을 제거하기 위해 레바논 수도 베이루트 남부 다히예를 잇따라 공습했다"고 보도했다. 헤즈볼라 고위 간부들이 회의를 여는 지하 벙커가 폭격 지점이었는데, 사피에딘도 참석한 상태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사피에딘의 생사는 불명확한 상태다.
레바논 현지 언론들은 이와 관련, 지난달 27일 나스랄라 암살 공습 때와 방식이 비슷하면서도 규모는 더욱 컸다고 전했다. 수십㎞ 떨어진 곳에서도 폭발음이 들린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하루 동안 이스라엘군이 타격한 목표물은 헤즈볼라 정보본부 등을 포함해 200곳에 달한다. 사망자는 레바논 전역에서 최소 37명, 부상자는 151명에 달한다는 게 레바논 보건부의 집계 결과다. 게다가 이스라엘군은 레바논 남부 마을 25곳에 추가 대피령을 내리는 등 작전 범위를 계속 확대하고 있다. 이스라엘군의 대규모 공습이 시작된 지난달 20일 이후 지금까지 레바논 내 사망자 수는 1,300명 이상이다. 피란민도 100만 명을 넘는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이스라엘군은 4일 시리아 접경 지역인 레바논 마스나 국경검문소 인근에도 폭탄을 퍼부었다. 이로 인해 시리아로 빠져나가려던 피란민 수십만 명의 발도 묶였다. 해당 검문소가 헤즈볼라의 무기 반입 통로 역할을 했다는 게 이스라엘군 설명이다.
헤즈볼라도 반격하고 있다. 3일 이스라엘 영토로 미사일·로켓 등 발사체 수백 발을 쐈다. 또 국경 지역에서 교전을 벌여 이스라엘군 17명을 사살했다고 헤즈볼라는 주장했다. 지난달 30일 지상전 돌입 이후 이스라엘군이 공식 발표한 자국군 사망자는 총 9명이다.
같은 날 이스라엘군은 전투기로 서안지구의 인구 밀집 지역인 툴카렘 마을을 공습해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의 사령관 자히 야세르 압드 알라제크 오우피를 제거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또 팔레스타인인 최소 18명이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NYT는 "서안지구 공습에 주로 무인기(드론) 등을 활용해 온 이스라엘이 전투기까지 동원한 것은 이례적"이라고 짚었다.
가자지구 피해 상황은 더 심각하다. 이날 가자 전역에서 이스라엘군 폭격에 따른 사망자는 24시간 동안 최소 99명이고, 부상자도 169명으로 집계됐다. 최근 3개월간 일일 사망자 수로는 최다 인명 피해 중 하나였다고 NYT는 설명했다.
나아가 이스라엘군은 시리아 내 러시아 공군기지 인근 지역까지 공습한 것으로 전해졌다. 영국 텔레그래프는 이날 "시리아 북서부 도시 라타키아의 흐메이밈 공군 기지 인근에 최다 30발의 미사일이 날아왔고, 대규모 폭발이 잇따랐다"고 보도했다. 이란의 무기고로 추정되는 장소에 대한 공격으로 추정된다고 매체는 전했다.
헤즈볼라와 구분되는 레바논 정부군과 이스라엘군 간 충돌마저 벌어졌다. 레바논군은 이날 남부 타이베와 빈트즈베일 지역에서 각각 적십자사의 부상자 후송 활동을 호위하던 자국 군인 2명이 이스라엘군 공격으로 사망했다고 밝혔다. NYT는 "지상전 개시 이래 헤즈볼라의 싸움에 관여하지 않았던 레바논군도 이스라엘을 향해 즉각 응사했고, 이는 처음 있는 일"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