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건희 여사 석사 논문 표절 여부를 두고 2년 동안 결론을 내리지 못했던 숙명여대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연구윤리위)가 최근 재구성된 것으로 확인됐다. '김 여사 논문 검증'을 공약으로 내걸며 당선된 문시연 총장이 취임하면서, 학교 차원의 표절 여부 확인 작업이 재개된 것이다.
4일 본보가 강경숙 조국혁신당 의원실을 통해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숙명여대 연구윤리위는 지난달 1일 당연직 위원 3명을 교체하며 위원회를 재구성했다. 총장 직속기관인 연구윤리위는 위원장 포함 당연직 위원과 추천직 위원 등 9명 이내로 구성된다. 숙명여대 측은 "신임 총장이 취임하면서 9월 1일 자로 신규 보직 발령이 있었고 연구윤리위도 새롭게 구성했다"며 "다만 공정한 업무 수행에 현저한 지장이 초래될 수 있어 구성원 면면을 공개하긴 어렵다"고 설명했다.
연구윤리위원들의 임기는 지난달 19일 시작됐다. 새롭게 합류한 당연직 위원은 △교무처장 △산학협력단장 △기획처장 등인데, 모두 문 총장이 취임하며 임명한 보직이다. 나머지 위원진에는 문 총장 추천 몫으로 새로 합류한 교수들과 더불어 전임 총장이 임명했던 기존 위원들도 포함됐다. 이들은 지난달 23일 첫 회의를 열고 위원 호선으로 위원장을 선임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 외에도 전임자들로부터 논문 검증에 필요한 내역을 인수인계받는 등 이미 관련 절차가 진행된 것으로 알려졌다.
표절 여부 검증 대상은 김 여사가 1999년 이 학교 교육대학원에서 미술교육학 석사 학위를 취득할 때 제출한 논문인 '파울 클레(Paul Klee)의 회화의 특성에 관한 연구'다. 김 여사 석사논문 표절 의혹은 20대 대통령 선거를 앞둔 2021년 말 언론 보도를 시작으로 제기됐다. 표절률이 42%에 이른다는 의혹에 따라 꾸려진 숙명여대 연구윤리위는 2년 넘게 별다른 결론을 내지 못했다. 통상 대학의 연구 부정행위 검증 기간이 평균 140일인 점을 고려하면, 김 여사 의혹에서 학교 측이 사실상 손을 놓았다고 보는 게 맞다.
문 총장은 후보자 시절부터 신속 처리 입장을 유지해 왔다. 그는 총장 투표에 앞서 진행된 후보자 정책토론회에서 "표절 여부는 독립위원회가 자율적으로 판단하겠지만 지연된 정의는 정의가 아니라는 법의 격언이 있다"며 "총장이 된다면 진상 파악하고 규정·절차에 따라 정리하겠다"고 못 박았다.
바뀐 당연직 위원들은 모두 문 총장이 새로 임명한 보직교수들이어서, 검증에 속도를 내겠다는 총장의 의지에 따를 가능성이 높다. 숙명여대 연구윤리위 규정에 따르면, △본조사는 판정을 포함해 조사시작일로부터 90일 이내에 완료돼야 하며 △논문 검증 조사결과가 확정되면 제보자와 피조사자에게 통보하고 △이 둘은 결과 통보날부터 30일 내에 이의신청을 할 수 있다. 숙명여대 측은 "조사가 진행 중인 상황이고 최종 결과를 확정 통보하지는 않았다"고 전했다.
강경숙 의원은 "그간 국회도 절차에 따른 김 여사 논문 검증을 촉구했지만 숙명여대는 묵묵부답으로 일관했다"며 "재구성된 연구윤리위는 조속히 제 역할을 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