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가 알파벳(구글 모기업) 자회사이자 자율주행 기술 기업 웨이모(Waymo)와 전략적 파트너십을 맺고 자율주행 서비스 기업에 차를 파는 '자율주행 파운드리 사업'에 본격 나선다고 4일 밝혔다. 특히 9월 미국 2위 자동차기업 제너럴모터스(GM)와 협력을 발표한 데 이어 자율주행 분야의 선두권 기업과 또다시 손을 잡으면서 현대차의 달라진 영향력을 확실히 보여줬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날 현대차는 양 사가 웨이모의 6세대 완전 자율주행 기술 '웨이모 드라이버'(Waymo Driver)를 현대차 아이오닉 5에 적용한 뒤 해당 차량을 자율주행 택시 서비스인 '웨이모 원'(Waymo One)에 투입해 운영한다고 전했다. 두 회사는 2025년 말부터 이 차량의 초기 도로 주행 테스트를 진행한 뒤 검증이 끝나면 몇 년 안에 상용화한다는 목표도 세웠다.
특히 현대차는 기존 양산 차량과는 다른 하드웨어 이중화, 전동식 도어와 같은 자율주행 특화 사양을 적용한 아이오닉 5를 미국 조지아에 올해 말 세워지는 전기차 전용 공장 '현대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에서 만들어 웨이모에 보낼 예정이다.
호세 무뇨스 현대차 글로벌 최고운영책임자(COO·사장)는 "아이오닉 5는 도로 안전 개선을 위한 웨이모의 혁신적 기술 구현에 있어 이상적 차량"이라며 "양 사가 이번 파트너십을 시작으로 협업 기회를 더 찾을 것"이라고 말했다.
테케드라 마와카나 웨이모 공동 최고경영자(CEO)는 "현대차는 지속가능성과 강력한 전기차 로드맵에 중점을 두고 있어 웨이모의 훌륭한 파트너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차는 이번 협력을 통해 자율주행 분야에서도 새로운 수익원을 만들어 낸다는 계획이다. 장재훈 사장은 8월 현대차 CEO 인베스터 데이에서 자율주행차 파운드리 사업 로드맵을 밝혔다. 그는 인베스터 데이에서 "회사의 하드웨어(HW) 개발 역량과 제조 경쟁력을 활용해 글로벌 자율주행 리더들과 협력을 강화하는 데 이바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차그룹은 미국 자동차 공학회(SAE) 기준 레벨4 이상의 자율주행 구현에 필수 항목을 플랫폼으로 만들고 이를 자율주행 소프트웨어(SW) 개발 업체에 공급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각 SW 업체는 자신들에게 특화된 맞춤형 자율주행차를 공급받는다. 자율주행 레벨은 0부터 5까지 나뉘는데 레벨4는 특정 구간에서 사람이 운전에 전혀 개입하지 않는 자율주행 수준으로 전문가들은 이를 현재 실현 가능한 가장 높은 등급으로 평가하고 있다.
최상위 자율주행 기술을 갖춘 웨이모가 현대차를 짝으로 선택한 것은 아이오닉 5가 자율주행 기술을 적용하기에 적합한 차량이라는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는 2020년 미국 자동차 관련 기술 기업 앱티브와 함께 투자해 자율주행 기술 연구개발(R&D) 기업 모셔널을 세워 자율주행 기술을 연구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자율주행차는 고성능 카메라와 라이다, 레이더 등 각종 장치가 쓰이고 설계 단계부터 이런 점을 고려해야 한다"며 "아이오닉 5가 웨이모의 선택을 받은 것은 이상적 플랫폼으로 높은 평가를 받았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현대차는 또 모셔널의 기술력을 바탕으로 중장기적으로 자체 개발 로보택시 서비스를 미국, 유럽, 아시아·태평양 등 다양한 시장에 내놓을 계획도 갖고 있다고 전했다.
현대차그룹 AVP본부장 송창현 사장은 "현대차는글로벌 자율주행 기업들에 레벨4 이상의 자율주행 기술 구현이 가능한 차량을 공급할 계획"이라며 "이 같은 사업의 첫 시작에 있어 업계 리더인 웨이모는 최상의 파트너"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