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의 '아프리카 마지막 식민지' 차고스 제도에 대한 주권이 모리셔스로 이양된다. 약 60년 전 모리셔스에서 차고스 제도를 강제로 떼어 내 차지한 뒤, 주민들을 내쫓고 지금까지 주권을 행사한 영국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는 것을 의식한 조치로 풀이된다.
영국·모리셔스 정부는 3일 보도자료를 통해 "프라빈드 주그노트 모리셔스 총리와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는 오늘 차고스 제도의 주권 행사에 대한 정치적 합의에 도달했다"고 밝혔다. 차고스 제도는 아프리카·남아시아 사이 인도양에 있는 60여 개 섬으로 이뤄진 군도로, 영국이 그간 '영국령 인도양 지역'이라고 불렀던 곳이다.
차고스 제도는 1814년부터 영국 식민지였던 모리셔스의 독립(1968년) 이후에도 지금까지 영국령으로 남아 있었다. 영국이 1965년 차고스 제도를 사들이면서 모리셔스의 독립과는 별개의 영토인 양 만들었기 때문이다. 영국이 이렇게까지 '무리수'를 둔 이유는 해당 지역이 동아프리카, 중동, 남아시아를 아우르는 전략적 요충지라는 데 있다. 영국은 1967~1973년 차고스 제도 주민 2,000여 명을 모리셔스, 영국 등으로 강제 이주시켰고, 제도 내에서 가장 큰 섬인 디에고 가르시아에 미국·영국 공동 군사기지를 설치했다.
이와 관련, 모리셔스는 그동안 '영토 강제 분할 후 차지하는 것은 국제법상 위반'이라고 주장해 왔다. 그러나 영국은 '1814년 이후 차고스 제도는 줄곧 영국 영토에 속해 있었다'며 맞섰다. 하지만 2019년 국제사법재판소(ICJ)가 '영국이 차고스 제도의 지배권을 포기해야 한다'고 판결하는 등 국제사회의 비판이 고조되자, 영국은 2022년부터 이어진 13차례의 협상을 거쳐 이날 합의에 이르게 됐다.
양국 합의에 따라 과거 쫓겨났던 주민들의 귀환 여부도 주목받고 있다. 모리셔스는 디에고 가르시아를 제외한 차고스 제도의 주민 재정착 프로그램을 시행할 방침이다. '차고스 난민 그룹' 의장인 올리비에 방콜트는 "차고스 사람들을 집에서 쫓아낸 '불의'가 인정됐다"면서도 "섬 상당수는 사람이 살 수 없는 곳이라 얼마나 많은 이가 돌아오고 싶어 하는지 불분명하다"고 말했다.
다만 군 기지가 있는 디에고 가르시아에 대한 주권은 영국이 계속 행사할 예정이다. 영국 정부는 "해당 기지는 지역 및 세계 안보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며 "영국이 99년 동안 주권적 권리를 모리셔스로부터 부여받는다"고 밝혔다. 미국 국무부는 보도자료를 통해 "양국 합의는 자유롭고 개방적인 인도·태평양 지역에 대한 우리의 공동 의지, 모리셔스·영국·미국의 강력한 파트너십 등을 반영한다"고 환영 입장을 내비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