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 전 대선 패배에 낙담했던 현 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당시 어떤 식으로 결과 전복을 도모했는지 보여주는 정황 증거가 11월 미 대선을 한 달여 앞두고 일반에 공개됐다.
트럼프의 2020년 대선 결과 뒤집기 시도 혐의 재판을 담당하는 워싱턴 연방지방법원의 타냐 처트칸 판사는 잭 스미스 특별검사팀이 최근 제출한 165쪽 분량의 조사 내용 문건을 2일(현지시간) 공개했다.
수사 기록과 재판 증언 등이 포함된 해당 문건에는 2020년 11월 3일 대선 이후 트럼프가 했던 일들이 구체적으로 적시됐다. 문건에 따르면 대선 직후인 2020년 11월 중순 개인적 점심 식사 자리에서 마이크 펜스 당시 부통령은 트럼프에게 대선 결과를 받아들이고 2024년 다시 출마하라고 조언했다. 그러나 트럼프는 귀담아듣지 않았다. “모르겠다. 2024년은 너무 멀다(so far-off)”고 대답했다.
2021년 1월 6일에는 ‘대선 선거인단 투표 집계 결과 인증을 거부하라’는 자신의 요구를 수용하지 않은 펜스를 야멸차게 외면하는 모습을 보였다. 워싱턴 국회의사당에 난입한 자신의 극렬 지지자들이 펜스를 해치려 한다는 보좌관의 보고에 “그래서 뭐(So what)?”라는 식으로 냉랭하게 반응했다.
근 2년간의 특검 조사 결과가 압축된 이번 법원 제출 문건은 처트칸 판사가 기소 대상 행위 중 형사상 면책 대상에 해당하는 행위를 가려 내는 데 도움을 주려는 게 목적이다. 7월 1일 연방대법원은 전직 대통령의 재임 중 ‘공적 행위’에 대해서는 폭넓은 면책 특권이 인정된다며 재판 대상에 해당되는지를 다시 판단하라고 법원에 주문했다.
특검팀은 공소사실 대부분이 면책 대상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제출 문건에서 “피고인(트럼프)은 기소된 (대선 결과 뒤집기 시도 관련) 행위 기간 현직 대통령이었지만 그의 계략은 근본적으로 사적인 것이었다”고 주장했다. 이어 “피고인이 투표 결과를 취합하고 집계하는 정부의 기능을 사기와 속임수를 통해 교란하는 복수의 범죄 수단을 추구했을 때 그는 (대통령이 아닌) 대통령 후보로서 행동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피고인이 2020년 대선에서 패했을 당시 그는 권좌에 계속 남아 있기 위해 범죄에 의지했다”고 짚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