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아시아·태평양자금세탁방지기구(APG)' 옵서버 지위를 박탈당한 데 대해 "(APG가) 미국에 놀아나는 어용 집단으로 변질됐다"며 반발했다. APG 대표단의 북한 방문 등 옵서버에 요구되는 필요사항을 5년 이상 수행하지 않은 가운데 지난달 말 42개 회원국 만장일치로 옵서버 지위가 박탈된 것에 발끈한 것이다.
북한은 3일 ‘자금세척 및 테러자금지원방지를 위한 국가조정위원회’ 대변인 명의 조선중앙통신에 공개한 담화에서 “국제관계의 건전한 발전과 지역의 평화와 안전보장을 도모해야 할 기구가 세계 제패 실현에 환장이 된 미국의 손탁(손아귀)에 놀아나는 어용 집단으로 변질됐다”고 싸잡아 비판했다. 대변인은 APG에 대해 “우리 국가의 정상적인 발전권리를 어떻게 하나 침탈하려는 미국의 대조선 적대시 정책에 굴복 추종한 기구”라고 규정하면서 “우리는 미국의 정치적 도구로 전락한 기구와 상종하지 않게 된 데 대해 아무런 유감이 없다”고 말했다.
APG는 아태 지역 각국의 자금세탁 방지, 테러자금조달 금지 및 확산 금융 대응을 위한 국제기준 이행을 촉진하고 그 이행 실태를 점검하기 위해 1997년 설립된 자금세탁방지기구(FATF)의 지역기구다. 다만 ‘미국 정책 추종 기구’라는 북한 주장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이 기구엔 미국, 일본, 중국, 호주 등 아태 주요국은 물론 북한과 비슷한 사회주의 국가 라오스까지 회원국에 포함돼 있다.
북한은 지난달 24일(현지시간) APG가 아랍에미리트(UAE) 아부다비에서 개최한 제26차 총회에서 참가국 만장일치로 옵서버 지위를 박탈당했다. 북한은 자금세탁 및 테러자금 조달·확산 금융에 대응하고자 하는 국제사회 노력에 동참하는 모습을 보이기 위해 2014년 APG 옵서버 지위를 획득했는데, 북한이 최근 5년 이상 옵서버의 책임에 손을 놓고 있어 10년 만인 올해 그 지위가 박탈됐다는 게 우리 정부 설명이다.
외교부에 따르면 해당 필요사항에는 ①APG 대표단의 북한 방문 ②APG 사무국의 보고서 작성에 협조 ③APG 활동 참여·기여 등이 있다. 북한은 지난해 7월 APG로부터 ‘APG에 대한 아무런 관여가 없을 경우 차기 총회에서 북한 지위가 논의될 수 있다’는 경고를 받았다. 결국 APG는 이번 총회에서 ‘지난 6년간 북한 관여가 없었다’고 확인하면서 별도의 토론조차 없이 북한의 옵서버 지위를 박탈했다. APG 운영 규정에 따르면 5년 이상 옵서버 관여가 없을 경우 자격 박탈을 포함해 어떤 조치를 취할 것인지 검토가 가능하다. 북한은 이런 지위 박탈 근거에 대해 “(APG가) 우리의 성의 있는 노력과 투명성 있는 조치들을 한사코 외면했다”고 주장했다.